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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허니문, 한달반 만에 끝"…관세 고집이 날린 1100조

관세 불확실성에 트럼프 기대감 조기종료,
정책 수정 가능성…투자유치는 가속 전망
/로이터=뉴스1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경기침체 공포로 번지면서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시장에선 "'트럼프 허니문'이 출범 한달반 만에 끝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뒷받침하는 관세 등 주요 경제정책을 두고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정책기조 수정 압박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4% 급락하면서 2022년 9월 이후 2년6개월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 지수와 블루칩 그룹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각각 2%대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12월 기록한 고점 대비 13% 넘게 밀리면서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경우를 뜻하는 조정 국면을 넘어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약세장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S&P500 지수는 지난달 기록한 고점 대비 8% 넘게 밀리면서 조정 국면에 근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월가의 한 파생상품 기관투자자를 인용해 "오늘 거래는 죽음의 소용돌이처럼 느껴졌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금이 닷컴 붕괴 2.0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2000년 3월10일 나스닥지수가 닷컴 버블 시기 고점을 찍은 뒤 하락 전환, 그해 5월 말까지 40% 가까이 떨어졌던 당시를 언급했다.

"과도기" 발언이 부른 증시 투매
/그래픽=김지영
/그래픽=김지영
이날 증시 급락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은 채 "과도기가 있다"며 "미국으로 부(富)를 가져오려는 것은 매우 큰 일이라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 부양을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당선 초기 기대감과 달리 관세정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경기침체도 불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신호로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을 넘어 주식시장 자체를 투매했다는 분석이다.

시장 급락에 지난 2년 동안 강세장을 주도했던 '매그니피센트7'의 시가총액은 이날 7740억달러(약 1129조원) 감소했다. "대통령의 '관세 고집'에 빅테크에서만 하루 새 시가총액 1100조원이 증발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테슬라 주가가 15.43% 폭락하고 엔비디아(-5.07%), 애플(-4.85%), 알파벳(-4.49%), 메타(-4.42%), 마이크로소프트(-3.34%)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 주식시장을 가장 광범위하게 측정하는 S&P1500 슈퍼컴포지트 지수로 범위를 넓히면 지난달 중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한 달도 안 돼 시총이 4조달러(약 5800조원) 사라진 것으로 집계된다.

경기침체 가능성 줄상향…백악관 진화 착수

월가 대형은행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을 줄줄이 높여 잡는 한편,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JP모건 체이스는 경기침체 확률을 30%에서 40%로, 골드만삭스는 15%에서 20%로 상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7%로 대폭 하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다시 한 번 한달 유예하면서 증시 하락 때문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시장과 전혀 관련이 없다. 심지어 나는 주식을 보지도 않는다"고 공언했지만 증식 낙폭이 커지자 백악관도 이날 진화에 나섰다.

백악관 당국자는 성명을 통해 "주식시장의 동물적인 감각과 우리가 업계 리더들로부터 실질적으로 파악한 내용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미칠 영향에서 후자가 전자에 비해 확실히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불안으로 취임 초반부터 지지 기반이 훼손되면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대응으로 풀이된다.

관세정책 후퇴 가능성 고개…"이미 두 차례 유턴"

시장의 관심은 주식시장 급락이 트럼프 정책의 예봉을 꺾을 수 있을지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몇 차례 미국 내 반발을 수용해 관세정책을 수정했다. 최근 캐나다·멕시코에서 들여오는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를 한달 동안 면제하기로 하면서 미국 빅3 자동차업체의 요구를 이유로 들었고 비료에 사용되는 캐나다산 칼륨 관세를 25%에서 10%로 낮춘 것도 미국 농가의 반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한 뒤 한달 만에 두 차례나 전면 유턴했다"며 앞으로 남은 관세정책에서 더 많은 유예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12일은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가 발효될 예정이다.

미국 경제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 관세정책과 달리 글로벌 기업에 대한 미국 투자 압박은 오히려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 확장을 검토 중이라고 홍보하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전자를 또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대만 TSMC, 일본 소프트뱅크, 프랑스 해운사 CMA CGM 등과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다음 수순은 한국 기업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백악관에 조선 담당 부서를 신설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연방의회 연설에서 알래스카 천연가스관 사업 추진을 언급하면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HD현대 역할론이 거론된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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