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車·반도체 관세, 3월 발표…부가세도 관세"(종합)
"젤렌스키는 독재자…전쟁 끝낼 것"
정부효율부 절감 비용 국민에 반환 고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2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던 자동차·반도체 관세 발표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에 ‘관세 폭탄’을 예고한 가운데 관세 부과 일정이 촉박해지면서 한국의 대응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미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주최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Future Investment Initiative) 프라이오리티 서밋’ 연설에서 "한 달 내 또는 이보다 빨리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주최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Future Investment Initiative) 프라이오리티 서밋’에서 연설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주최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Future Investment Initiative) 프라이오리티 서밋’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등에 약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며, 이를 4월2일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시기나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앞서 발표 예정일로 못 박은 4월보다 빠른 3월을 관세 조치 발표 시기로 거론했다. 하루 만에 관세 부과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의 부가가치세를 지목하며 "매우 불공정하고 관세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EU가 미국산 승용차에 10% 관세를 적용하는데 부가가치세 20%를 고려하면 사실상 30% 관세를 매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해 왔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대부분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가 없지만 부가가치세를 문제 삼을 경우 한국도 상호 관세의 타깃이 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균형 예산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관세 수입 덕분"이라며 관세가 대미 투자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간단히 말해 관세를 내야 한다. 그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관세를 물 필요가 없다"고 대미 투자를 강조했다.
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유가 안정을 위해 방출했던 전략 비축유를 빠르게 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든 미국 내 석유 및 가스 생산업체에 대한 세금 인하도 약속했다. 아울러 공화당과 협력해 개인과 기업에 대한 세금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를 "특별한 지도자들이 있는 특별한 곳"이라며 추켜세우며 최근 미국과 러시아 간 협상을 주최한 데 대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선 ‘그저 그런 코미디언’, ‘선거 없는 독재자’라 부르며 "끔찍한 일을 했다"고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비판을 이어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중동 분쟁과 러·우 전쟁을 끝낼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1년 더 있었다면 세계 3차 대전에 일어났을 것이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사우디의 반대를 의식한 듯 가자지구 주민 이주 구상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행사에 얼굴을 비춘 까닭은 대미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서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기업을 향해 "미래를 건설하고 싶다면, 그리고 부를 축적하고 싶다면 미국으로 오라"며 "정말 많은 기업이 백악관에서 투자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싶어 한다. (투자 금액이) 100억달러가 넘으면 나도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불법 이민 단속 성과를 거론한 뒤 "유럽과 다른 나라들도 그것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을 향해 "이민은 유럽에 정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그들은 현명해지는 것이 좋다. 너무 늦기 전에 강경하게 나가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을 세계의 가상자산 수도로 만드는 데 전념하겠다"며 "우리는 모든 것의 최전선에 서고 싶다. 그중 하나가 가상자산"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 일론 머스크 CEO를 언급하며 그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 활동에 찬사를 보냈다. 머스크 CEO는 이날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인 리마 빈트 반다르 알 사우드 공주 옆자리에서 연설을 경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효율부에서 절감한 비용을 미국인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 수십억달러의 납세자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며 "심지어 정부효율부 비용의 20%를 미국 시민에게 제공하고 20%를 부채 상환에 사용하는 새로운 개념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3선 시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임기를) 몇 년 더 연장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었지만, 그 싸움이 정말로 가치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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