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미공시 페널티 고려" 당국, 삼성·대신·교보증권 참여 재압박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순 상장 증권사 기획담당 전무급 이상 임원들을 대상으로 조찬간담회를 열었다.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기획 수장들을 불러모은 이유는 지난해 5월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 추진한지 8개월이 지났지만 증권사 참여율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찬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는 증권사 임원들에게 "당장은 밸류업 프로그램 미참여 기업에 대한 페널티 계획 없지만 참여 부진시 페널티 부과를 고려 하겠다"며 "부족한 밸류업 방안이라도 일단 공시해라"고 강조했다.
즉 미참여 증권사들에 대해 재차 압박을 가한 것이다.
현재 증권사 중에서는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DB금융투자, 현대차증권 등 6개사가 밸류업 공시를 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등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금융지주 밸류업 계획에 동참 중이다.
사실상 삼성증권과 대신증권, 교보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미참여 증권사들이 타깃인 셈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기업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매년 계획을 수립, 회사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거래소에 자율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페널티 없이 공시 참여 여부, 작성 내용 등 모두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맡긴다. 공시에서 밝힌 계획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제재하지 않는다.
지난해 5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할 당시 일각에서는 자율성이 강조되면 기업 참여도가 낮거나 공시에 담기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단순히 공시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 자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기업들이 진정성 있게 계획을 수립·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의미 있는 공시가 이뤄져야 투자자에게도 기업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본 것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밸류업 참여 기업들이 공시에 담을 내용에 대해서는 세분화 했다.
밸류업 공시 기업들은 기업의 자본비용·자본수익성, 지배구조 등을 다각적으로 파악해 기업가치가 적정한 수준인지 기업 스스로 평가하는 '현황진단', 이에 기반해 자본효율성 등을 개선하기 위한 3년 이상의 중장기 목표수과 도달시점 등을 설정하는 '목표설정',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경영전략방안과 추진일정을 수립하고 목표와 계획 간 연계성을 설명하는 '계획수립', 계획 이행과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평가와 함께 주주 및 외부투자자와의 소통과 피드백 결과도 공개하는 '이행평가·소통'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
공시는 연 1회가 기본이며 2년차부터 전년도 계획과 이행 평가를 포함하도록 했다. 계획이 변경되면 추가로 수시 공시를 하도록 했다. 2024년 기준 자산 5000억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가 공시해야 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의 공시 여부와 투자자 소통 노력을 추가로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을 둘러싼 환경은 지난해 말 계엄 사태로 상황이 변했다. 예산안과 세입부수법안을 야당이 단독 처리하면서 정부가 추진했던 세법개정 내용이 대부분 사라지고 밸류업 프로그램 동력은 잃은 상태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밸류업 공시가 당장은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 추진 과제 중 하나였던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현 정부 정책에 동조했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 우려된다"며 "차기 정권에서 밸류업을 이어 받아 추진하고 세제혜택을 주면 그 때 공시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설픈 밸류업 방안이라도 공시해야할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 구체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참여 기업들의 실절적인 성과가 있어야 미참여 증권사들이 참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