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흔들리자…'생명'이 위태
200%도 깨져…회계상 '장기보유 주식 분류' 검토
삼성생명 지급여력비율·삼성전자 주가·국고채 10년물 금리 추이/그래픽=김다나
삼성생명 지급여력비율·삼성전자 주가·국고채 10년물 금리 추이/그래픽=김다나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보험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산출시 최장 10년의 장기보유 주식으로 재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6개월 새 35% 급락해 삼성생명의 킥스 비율이 역대 최저치인 180%대로 밀릴 위기에 처해서다. 회계상 장기보유 주식으로 분류하면 킥스비율이 200%대로 회복될 수 있지만 규정에 따라 최소 5년에서 최장 10년간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전자 보유 지분 8.51%를 킥스 산출시 장기보유 주식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사의 자본력을 보여주는 킥스 비율을 산정할 때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주가변동에 따른 자산가치 변동을 기타포괄손익 누계액 등 가용자본에 분기별로 반영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약 5억주 가량 갖고 있어 삼성전자 주가에 따라 자산이 30조~40조원으로 변동폭이 크다. 주가 변동에 따라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이 달라져 킥스 비율이 출렁거린다.
특히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해 6월말 8만1500원에서 9월말 6만1500원으로 25% 단기 급락하자 삼성생명의 킥스 비율은 같은 기간 201.5%에서 193.5%로 하락했다. 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의 킥스 비율이 200%를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로 하락한 지난해 12월말이다. 아직 확정은 안됐지만 이대로 두면 삼성생명 킥스 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180%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 하락 뿐 아니라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2.8%대로 밀리면서 보험부채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할인율도 떨어져 가용자본이 대폭 줄어든 영향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생보업계 평균 킥스 비율(경과조치 전 기준)이 191.2%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은 지급여력비율 추락으로 '초비상'이 걸린 것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 재분류시 효과/그래픽=김다나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 재분류시 효과/그래픽=김다나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장기보유 주식으로 분류하면 가용자본 산정시 적용하는 위험가중계수(충격계수)를 종전 35%에서 25%로 낮게 적용할 수 있다. 충격계수가 낮아지면 삼성전자 주식 보유에 따른 위험액이 줄기 때문에 가용자본이 증가하는 효과가 난다. 결과적으로 삼성생명의 킥스 비율이 180%에서 200%대로 회복될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보유 주식으로 분류하기 위해선 금융당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규정상 향후 10년간 장기보유 계획을 당국에 제출해야 하며 분류 이후 최소 5년간은 해당 주식을 매도하거나 추가로 신규 편입할 수 없다. 5년 이후에도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일부 주식을 매도하거나 신규 편입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주가부양을 위해 다음달까지 3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후 소각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 보유지분이 10%를 넘기 때문에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의 위반을 막기 일부 주식은 장기보유하지 않고 일반주식으로 남겨둘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