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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때와 달라’…윤석열 탄핵 후 주식시장 전망은

■ 탄핵정국 국내 주식시장 전망
불확실성 해소·추가 하락은 막아
美관세 문제 등 펀더멘털 우려에
단기적 수급 측면 반전계기 없어
서학개미 유인 요소도 부족 진단
그래픽=챗GPT DALL·E
그래픽=챗GPT DALL·E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연합뉴스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연합뉴스

[서울경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금융투자 업계 곳곳에서는 일단 최악의 불확실성은 피하게 됐다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왔다. 증시 전문가들은 다만 탄핵 정국이 여전히 끝나지 않은 데다 주요 기업 실적 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중국발(發) 반도체 공급과잉, 고환율 등 탄핵 정국 전부터 산적했던 악재 탓에 국내 주식시장이 당분간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15일 대다수 전문가들은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로 코스피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그나마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투자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은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헌법재판소가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로 탄핵 인용·기각 여부를 결정하고 인용할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지는 일정을 인지하게 되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시간을 벌게 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도 코스피지수가 당장 큰 폭으로 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이 탄핵안 가결을 이미 예상하고 주가에 선반영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코스피는 13일 2494.46으로 장을 마치며 비상계엄 사태 전인 3일 수준(2500.10)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코스닥은 693.73으로 사태 전 수준(690.80)을 이미 넘어섰다. 두 지수는 10일부터 나흘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은 이미 탄핵 이후의 국면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관세 문제, 개별 기업들의 위기 타개 능력 등 기초 체력(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기에 탄핵소추안 통과가 지수의 바닥을 지지할 수는 있어도 끌어올리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탄핵이 부결됐을 경우에는 큰 혼란이 잇따랐겠지만 소추안이 통과된 것 자체가 새로운 호재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현 시장 상황이 중국 수출과 반도체 특수 등이 경기를 떠받쳤던 과거 탄핵 국면 때와도 명확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내수뿐 아니라 수출까지 둔화하는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반도체 업황이 ‘슈퍼 사이클(초호황기)’ 초기 단계여서 민간소비 증가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어도 설비투자가 10~20% 넘게 증가했다”며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고 회상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를 두고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들어와 2004년 세계 공장으로서 한창 활기를 띠던 시기”라며 현재 증시가 더 불리한 국면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수급 측면에서 반전의 계기를 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4일부터 13일까지 코스피를 1조 3430억 원어치 순매도하는 등 이미 국내시장에서 발을 뗄 채비를 하고 있다. 외국인은 이 기간 9일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국내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 그나마 최근 국내 주식을 대거 매수하는 기관투자가들도 코스피의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주가 바닥론’에 기대 움직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기관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인 지난달 27일부터 13일까지 코스피에서 13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유지하며 총 3조 8524억 원을 사들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과거 금융위기 수준인 주가순자산비율(PBR) 0.85배까지 떨어지는 과정에서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탄핵 국면 이전에도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외국인의 자금 유입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를 떠나는 개인투자자들이 탄핵소추안 가결만으로 곧바로 돌아올 가능성도 낮게 봤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인 3일 83조 8355억 원에서 11일 86조 3067억 원으로 2조 4712억 원 증가했다. 투자자 예탁금도 3일 49조 8987억 원에서 11일 52조 9228억 원으로 3조 241억 원 더 증가했고 국내 초단기채권 펀드 설정액도 같은 기간 32조 1848억 원에서 33조 4670억 원으로 1조 2822억 원 증가했다. 개인들이 위험자산 투자를 지양하고 보유 자금을 대거 현금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눈이 당분간 탄핵 정국보다는 환율과 금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했다. 당장 18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 여부와 18~19일 일본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가 시장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구체화되고 올 4분기 기업 실적이 발표되는 내년 1분기에야 주가가 구체적인 방향성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헌 기자(kaaangs10@sedaily.com),박정현 기자(kate@sedaily.com),김병준 기자(econ_j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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