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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오른다" 2.6만 개미 줍줍했는데.…시총 '1조 증발' 이 종목 전망은?

호텔신라의 시가총액이 일 년 만에 1조원 가까이 날아갔다. 주요 사업인 면세점 업황이 침체돼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는 '어닝 쇼크'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면세 업황의 회복이 더디다는 이유로 줄줄이 목표가를 내리고 있다.

31일 코스피 시장에서 호텔신라는 전일 대비 1000원(2.04%) 오른 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우하향 곡선을 그리던 주가는 지난 29일 4만815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코로나19(COVID-19) 시기를 포함한 최근 5년간의 주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까지 증권가의 추천주에 이름을 올리며 기대감을 모았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 막을 내리면서 중국 인바운드가 회복되고 보따리상(따이궁) 수수료가 개선돼 호실적이 나올 거라는 분석이었다. 주가도 기대감에 따라 올랐지만 최근 일 년 사이에는 주가가 내리며 시가총액이 9812억여원 날아갔다.

주가 하락의 주원인은 면세점 부문의 실적 악화였다. 면세 업황은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잠시 회복세를 보였지만 늘어난 악성 재고와 영업비용 등이 발목을 잡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면세점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보따리상에 대한 수수료가 다시 올라가 반짝 개선됐던 수익성도 나빠졌다.

이에 따라 실적도 어닝 쇼크를 이어갔다. 호텔신라의 올해 2분기 실적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1조27억원, 영업이익은 58% 감소한 27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시장 기대치를 16% 밑돌았다. 면세·유통 부문에서 영업이익은 83% 줄어든 점이 실적 악화에 결정적이었다.

호텔신라가 나빠진 실적을 내놓는 동안 수급은 개인 투자자에게 쏠렸다. 최근 1년간 개인 투자자는 호텔신라 주식 3178억5100만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순매도세를 보이는 기관과 외국인의 물량을 받아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율은 일 년 만에 17%대에서 13%대로 떨어졌다.

주가가 내리면서 호텔신라를 매수한 개인 투자자 상당수가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호텔신라의 손실투자자 비율은 100%다. 투자자 2만6461명은 평균적으로 호텔신라 주식을 7만3960원에 85주 매수해 28.35%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5일 서울 중구의 한 면세점에서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3월5일 서울 중구의 한 면세점에서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주가가 이미 대폭 내렸지만 증권가의 눈높이는 더 낮아지고 있다. 주가 하락의 주원인인 면세 업황의 회복이 더뎌서다. 이달 호텔신라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 12곳은 모두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가장 낮은 목표가는 미래에셋증권과 DB금융투자가 제시한 6만원으로, 현 주가 대비 20%가량 높은 수준이다.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면세 업황의 회복이 예상보다도 더뎌 아쉽다"라며 "2분기는 중국, 일본 등 연휴가 많은 시즌으로 매출 반등을 기대했으나 또다시 시내 면세 매출이 6%가량 하락했다. 해외 공항도 중국인 관광객 회복이 나타나지 않아 수익성이 개선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된다. 목표주가와 괴리율 확대로 매수 관점은 유지하지만 단기 투자 매력이 크지 않아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한다"라고 했다.

면세업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만약 면세 수요 부진이 중국 소비경기 둔화에 따른 경기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경기 회복 시 탄력적으로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하지만 만약 중국 내 럭셔리 브랜드 수요 위축, 관광객 소비 패턴 변화, 이에 따른 면세 채널에 대한 선호도 하락이라는 구조적 요인이라면 향후 실적 저하 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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