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사옥까지 팔아 3000억 뒷바라지…이수화학의 '밑빠진 독'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영구채로 버티는 '좀비기업'…모회사 이수화학으로 부실 번져
이수화학 주가도 반토막…반포사옥 왜 팔았나
이 기사는 09월 11일 16: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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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화학이 자회사인 이수건설 뒷바라지에 3000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뒷바라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반포사옥까지 팔았다. 하지만 이수건설의 부실은 한층 깊어져 부채비율이 2200%를 넘어섰다. 지원금 3000억원이 의미 없이 증발한 데다 이수건설의 부실이 이수화학으로 번져갈 우려도 커졌다.
이수건설은 지난 10일 신종자본증권(영구채) 2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만기는 30년이다. 금리는 연 8.5%다. 하지만 이수건설은 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뒤인 2026년 3월 10일부터 영구채를 조기 상환할 권리를 부여받았다. 관례상 영구채 발행사는 조기상환권을 무조건 행사한다. 이수화학도 1년 6개월 뒤 영구채를 상환할 전망이다.
특수목적회사(SPC)인 하이브라운이 이 영구채를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한다. 한양증권이 이 유동화증권의 주관사다. 이수건설의 모회사인 이수화학이 이수건설 영구채의 신용보증을 제공한다. 이수건설이 영구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이수화학이 대신 갚아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수건설은 1976년 출범한 건설사다. 아파트 브랜드 '브라운스톤'을 앞세워 주택 시장에 진출했지만, 실적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해외 건설사업에서 숨은 부실이 터지면서 무더기 적자를 이어갔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으로 229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23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재무구조도 최악이다. 올 6월 말 부채비율은 2209.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자본은 129억원이다. 지난해 발행한 500억원어치 영구채가 자본으로 회계처리된 결과다. 결손금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사실상 1년 반~3년 뒤에 상환해야 하는 영구채를 제거하면 이 회사는 자본잠식 상태에 이른다.
이수화학은 2009년 그룹 지주사이자 모회사인 ㈜이수로부터 자금난에 시달리는 이수건설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이수화학은 인수 뒤 2013년까지 이수건설에 1760억원을 출자했다. 2018년과 2021년에는 각각 600억원, 700억원을 출자했다. 이수화학은 2018년 이수건설 출자금 6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반포의 본사 사옥까지 매각했다. 이수화학이 이날 시가총액(1904억원)보다 많은 3000억원가량을 이수건설에 쏟아부었다. 여기에 각종 빚보증도 제공 중이다. 하지만 이수건설의 부실이 한층 깊어지면서 이수화학을 옥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수건설의 부실은 이수화학 기업가치를 벌써 갉아먹고 있다. 이수화학 주가는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작년 9월 11일 1만8220원을 찍은 이 회사 주가는 이날 8380원에 마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