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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모범생, 밤에는 과감한 운전자"…구글 로보택시 '웨이모' 타보니

운전실력 수준급…승차감 안정적, 급정거 없어
융통성 없는 모범생 스타일 운전에 다소 답답
교통량 적은 밤에는 주행 속도 높여
이용료는 우버·리프트와 비슷…팁 안줘도 돼
"승차감은 편안하고 쾌적하지만, 조금은 답답한 운전 스타일."

지난 2~6일(현지시간) 출장차 방문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 한복판인 유니온 스퀘어에서는 차체 위에 모자형 센서를 탑재한 흰색 재규어 차량이 자주 눈에 띄었다. 구글 자율주행 로보택시(무인택시)인 '웨이모'였다. 운전석에 아무도 앉지 않았지만 조수석, 뒷자석에 사람을 태우거나 빈 차로 주행하는 웨이모는 도로 한 지점에서만 서너 대씩 마주칠 정도로 흔했다. 최근 폐막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5에서 차세대 무인 자율주행차 대결이 큰 주목을 받은 가운데, 샌프란시스코에서 상업 운행 중인 웨이모를 수차례 탑승해봤다. 웨이모는 올해 CES에서 6세대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고 운전대와 운전석이 없는 차량을 선보였는데,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보다 낮은 4세대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무인택시가 운행중이다.




구글 '웨이모 원'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 받아 택시를 호출했다. 첫 번째 이동 경로는 유니온 스퀘어에 위치한 호텔에서 기라델리 스퀘어까지 약 13㎞였다. 호텔 픽업 시간과 목적지까지 예상 도착 시간이 앱에 표시됐다. 앱에서 안내한 픽업 시간에 맞춰 흰색 차량이 다가와 호텔 앞 도로에 섰다. 연이어 웨이모 차량이 또 한 대 다가왔다. 순간 어떤 차에 탑승해야 할 지 몰라 망설였지만, 차체 지붕에 설치된 모자형 센서 디스플레이에 탑승자의 이름이 표시돼 어렵지 않게 타야 할 차량을 알 수 있었다. 이 모자형 센서는 레이저로 차량 주위 사물을 인식하는 '라이다'다.

웨이모 탑승 경험은 흥미로웠다. 차량에 탑승해 내부를 살펴보자 안전벨트를 매라는 경고음이 울렸다. 벨트를 매고 운행 개시 버튼을 누르자 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차감은 마치 사람이 운전하듯 안정적이었다. 코너링은 부드러웠고, 차선을 변경할 때마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핸들을 움직였다. 운전 중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 일도 없었다. 십수년째 초보 운전자인 기자보다 웨이모의 운전 실력이 훨씬 능숙했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도로 상황과 주행 경로, 도착 예정 시간 등 실시간 주행 정보도 제공했다. 차량 내부 환경 역시 편안하고 쾌적했다. 좌석은 넓고 깨끗했다. 탑승자가 원하는 음악을 선택해 들을 수도 있었다. 웨이모는 도로 상황에 따라 주행 경로를 변경하더니 예상 도착 시간보다 1분 빠른 14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운전 스타일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웨이모 주변에 차량을 감지하면 필요 이상으로 거리를 확보한 후 상대 차량이 떠나면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속도를 더 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서행했다. 두 번째 탑승 때는 목적지인 호텔에 도착했을 당시 정차 공간이 좁아 보이자 갑자기 호텔 옆 골목으로 들어가 차를 세웠다. 사람이라면 충분히 호텔 앞 도로에 차를 세웠을텐데, 웨이모의 지나친 '안전운행'으로 수십m 떨어진 곳에서 내려야만 했다. 사람과 같은 융통성이 부족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교통량이 적은 밤에는 다소 과감한 운전자로 변모했다. 오후 10시께 웨이모를 호출해 탑승하자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낮보다 주행 속도를 높였다. 교통량에 따라 속도를 조절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웨이모 탑승 후 내린 평가는 일단 합격이다. 승차감은 안정적이었고 위험하다는 느낌도 없었다. 운전자와 불필요한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어 오히려 편했다. 이용료는 우버·리프트 등 기존 차량공유 서비스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았다. 웨이모는 우버·리프트와는 달리 운전자에게 팁을 줄 일이 없다는 점에서 어쩌면 더 저렴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만 안전 위험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다. 외신에서는 지난해 12월 웨이모 이용자가 차량에 갇히는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에는 웨이모가 역주행하다 경찰 단속에 걸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처럼 시스템 오류나 해킹으로 인해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니 아찔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회사인 웨이모는 자율주행 기술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로보택시를 상업운행하고 있고, 샌프란시스코에서만 약 500대의 웨이모가 주행 중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안전성 논란만 해결된다면, 웨이모가 수많은 차량공유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한 리프트 운전자는 웨이모 도입 후 차량 승객이 감소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며 "웨이모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우리의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웨이모를 탑승해 본 결과 무인택시의 시대는 이미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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