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캐스팅보트 대신 차익실현 택한 국민연금...현재 지분율은?
연말까지 추가 매도로 실제 지분율 3%대 가능성...집중투표 안건엔 '효력'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보다 공개매수 참여를 통한 차익 실현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공시내용을 종합하면 지난해 9월13일부터 10월14일까지 진행한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는 불참했고, 이후 고려아연이 10월4일부터 10월23일까지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는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고려아연 주가는 두 차례의 공개매수 이후 오히려 '의결권' 가치가 부각되면서 급등세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작년말 추가 매도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7일 고려아연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정정했다. 연금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수가 156만6561주(발행주식총수의 7.49%)에서 93만4443주(4.51%)로 줄어든 이유, 즉 변동사유를 수정한 것이다.
기존 공시에서는 변동사유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및 단순추가취득·처분'로 기재했으나, 정정공시를 통해 '공개매수 신청 및 단순추가취득·처분'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영풍·MBK와 고려아연이 각각 진행한 공개매수에 국민연금이 참여했음을 알린 것이다.
국민연금은 공시 특례로 개별적인 취득·처분 방법과 매매단가 등은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영풍·MBK와 고려아연 중 어느 곳의 공개매수에 얼마를 신청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다만 의무공시사항인 '주식 변동일'을 통해 가늠해보면 고려아연이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 변동일'은 장내에서 매매한 경우 거래일 기준, 장외에서 매도한 경우 대금수령일·인도일 중 먼저 오는 날을 기준으로 정한다. 공개매수는 장외거래에 해당한다. 따라서 주식 변동일과 공개매수 결제일(공개매수 대금수령일)이 같다면, 해당 공개매수에 참여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공시를 확인하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14일 22만8512주를 매도했다. 이날은 영풍·MBK의 공개매수 신청일 마지막 날이지만 결제일(10월17일)은 아니었다. 따라서 영풍·MBK 공개매수에는 참여하지 않고, 단순 장내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28일에는 40만3606주를 추가 매도했다. 이날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결제일이었다. 특히 당일 고려아연 장내 주식 거래량은 12만3538건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이 40만주 이상 지분을 줄였는데 장내거래량은 이에 못 미친다. 따라서 이날은 장내매도 대신 공개매수를 통한 처분에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은 장내매도와 공개매수 참여로 인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의 캐스팅보트 역할은 약해졌다. 지분율이 7.49%에서 4.51%로 줄어들면서, 설령 의결권 전부를 최윤범 회장의 손을 들어주는데 사용해도 최 회장 측 의결권이 영풍·MBK를 넘어설 수 없다.▶관련기사:약해진 국민연금 '캐스팅보트'…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영향은
한편 국민연금의 현재 지분율이 공시상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더 적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국민연금은 주당 89만원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했는데 공개매수 종료이후 오히려 '의결권' 가치가 부각되면서 주가는 100만원대 이상, 심지어 12월 한때는 240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따라서 이 기간 국민연금이 운용사들에게 위탁한 물량 등에서 추가매도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 수량이 1%는 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1%가 넘었다면 주식대량보고공시 양식에 따라 추가 매매 내역을 기재해야하는데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가매도가 있었더라면 1% 미만의 변동이 발생한 것이고, 이 경우 최종적으로 국민연금의 현 지분율은 3% 중후반대로 낮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차익실현을 택한 국민연금의 지분 축소 행보는 캐스팅보트 지위를 약화시켰지만,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뜨거운 감자인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안건에서는 여전히 입김을 발휘한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안건은 3%룰(주주별 의결권을 최대 3%까지만 사용 가능)을 적용하는데, 지분이 3% 미만으로 감소하진 않았으므로 해당안건에서 사용하는 의결권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최성준 (csj@biz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