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갈아타세요" 1·2세대 파격 보상도 소용없다면…법 개정까지 간다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개혁 차원에서 '보험계약 재매입'을 추진한다. 보험사가 1~2세대 실손보험 계약자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새로운 계약으로 갈아타게 하는 것이다. 계약 재매입으로도 옛 실손보험 고객의 갈아타기 효과가 미미할 경우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보장 축소 등 약관 내용을 변경할 예정이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위원회)는 9일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약관변경 없는 1~2세대 초기 보험계약자의 개혁 방안이 논의됐다. 이들 가입자는 약관변경 조항이 없어 계약 만기인 100세까지 개정된 약관 적용이 불가능하다. 이들 초기 가입 보험 계약은 약 1600만건이며 전체 실손 계약의 44%를 차지한다. 이들을 개혁 대상에서 제외하면 근본적으로 실손 보험 체계를 바꿀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과잉 진료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7년 이후 나온 3~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보장 범위와 횟수(통원 50회)가 제한되지만 그 이전 상품은 본인부담금 없이 사실상 무제한 비급여 진료비 보장을 받는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의료 쇼핑'이 촉발돼 2023년 비급여 실손보험금이 8조원 나갔고, 손해율은 130%를 돌파했다.
개혁 방안의 핵심은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이다. 만약 1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60세가 계약을 해지하고 300만원의 환급금을 받는다면 이보다 2배 많은 600만원을 주는 식으로 계약 재매입을 유도할 수 있다.
위원회는 "소비자가 원할 경우 보험사가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기준에 따라 보상하고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설명 강화, 숙려기간 부여, 철회·취소권 보장 및 현행 실손으로 '무심사 전환' 등 보완 장치를 두기로 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혜택이 좋은 1~2세대 실손보험을 놔두고 3~4세대로 갈아탈 유인은 적다. 계약 재매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위원회도 계약 재매입만으로는 초기 실손보험 가입자의 신규 계약으로의 전환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위원회는 "재매입 효과 검증 후 필요하다면 법 개정을 통해 가입자 이익 침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초기 실손에도 약관변경(재가입) 조항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위원회에선 초기 실손보험 계약의 주요 10개 비급여 심사기준을 현재 4세대와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분쟁 조정 기준을 마련해 적용하기로 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