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ETF 상장 한달, ‘비상계엄’에 모두 마이너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한 밸류업 ETF는 총 12개다. 이 가운데 이날 오후 1시 주가가 지난달 4일 상장일 기준가보다 높은 ETF는 한 곳도 없다. 한달 새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와 KoAct 코리아밸류업액티브 2% 넘게 빠졌다. TIMEFOLIO 코리아밸류업액티브, TIGER 코리아밸류업, HANARO 코리아밸류업, PLUS 코리아밸류업 등도 1%대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일러스트=챗GPT 달리3
일차적 원인은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이다. 밸류업 ETF의 기준 역할을 하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달 8일 이후 기준선인 1000을 지속해서 밑돌고 있다.
그나마 이달 3일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자’에 나서면서 수익 구간에 들어선 ETF들이 나왔다. 같은 날 종가 기준으로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 TIMEFOLIO 코리아밸류업액티브, KOSEF 코리아밸류업 등 7개 밸류업 ETF가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같은날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밸류업 ETF의 반등은 하루로 끝났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고, 윤 대통령은 선포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외국인은 곧바로 지난 4일 한국 주식시장에서 42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이날도 3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우고 있다.
외국인은 특히 코리아 밸류업지수 구성 종목 중 비중이 큰 삼성전자, 현대차, 신한지주, 메리츠금융지주 등을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밸류업 ETF 모두 다시 손실 구간으로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연말까지 예정됐던 밸류업 띄우기도 무색해졌다. 밸류업 ETF 등에 투자하는 2000억원 규모의 밸류업 펀드가 지난달 21일부터 운영 중이다.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증권 유관기관들은 밸류업 펀드 자금을 연내 3000억원 더 늘리기로 했다. 한국거래소는 또 오는 20일 밸류업 지수 특별 변경을 통해 구성 종목을 추가할 계획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했던 정책들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탄핵 정국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나, 정부가 대안으로 추진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모두 당분간 논의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시행까지 한달도 남지 않았지만, 국회에서 폐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한 국내 증권사 시황 담당 연구원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는데, 여야가 다른 데 신경쓸 겨를이 있겠느냐”고 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도 “현 정부의 리더십과 정권 유지 여부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밸류업 정책 추진 주체와 동력 모두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6개 야당은 전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오는 7일 오후 탄핵소추안을 표결할 계획이다.
권오은 기자 ohe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