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기밀도 공개하라니”…민주당의 이자장사 비판에 억울한 은행들
가산금리 기준 공개 법안이어
대출 목표이익률 공개도 추진
은행 “경영 자율성 침해” 반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예대금리차를 통해 ‘이자 장사’에 주력한다는 인식이 강한 야권을 중심으로 은행 대출금리에 개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추진 중이다. 최근엔 영업기밀인 대출 목표이익률까지 공개하는 법안도 냈다. 은행권에서는 상생금융이라는 명분하에 지나치게 경영에 간섭하는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은행별 가산금리 산정 근거를 공개하도록 하는 정책을 내년도 주요 추진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 여부에 따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면 가산금리 제도 개선이 야당 공약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산금리란 대출금리를 정할 때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추가하는 금리를 말한다. 업무원가(인건비 등), 리스크 관리비용, 법적비용(교육세, 법정출연금), 목표이익률로 이뤄진다. 최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목표이익률 등을 공시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가산금리 산정 시 교육세와 법정출연금을 제외하는 것을 법으로 명시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들은 은행이 금리인하기임에도 가계대출 관리 명분으로 대출금리를 올리는 배경에 가산금리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박 의원은 법안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은행들은 대출 수요를 억제할 필요가 있을 때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반면 반대 경우에는 가산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대출한도만 조정하는 방식으로 목표이익률을 높게 설정해 대출금리 인상만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은행 이자이익이 늘어나고 자연스레 금융지주 실적도 좋아지는 구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말 기준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16조9245억원이다. 지난해 말(14조9280억원)과 비교해 13.4% 늘어났다. KB금융은 첫 ‘순익 5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신규 취급액 기준 올해 상반기 말 0.19~0.40%에서 지난달 말 0.80~1.02%로 상승했다.
야권은 금융소비자는 이자 부담이 커지는데 은행은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현 구조가 적절한지 따져보고 필요하면 은행에 사회적 책임을 더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이자 인하 효과를 다수의 금융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은행들은 그동안 금융당국과 협의하에 자율적으로 진행한 상생금융 수준을 넘어선 이 같은 제도 개선에 대해선 우려를 표한다. 은행들은 지난해 2조원대 이자 환급 등을 한 데 이어 최근에는 내년부터 향후 3년간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총 2조원 규모를 출연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목표이익률 같은 가산금리 세부항목을 공시하는 것은 상생금융이라기보다 은행별 내부 경영 전략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세부적인 내용들이 공개되면 서로 간 기준을 일원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여 결국은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