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요건 강화한다…코스피 시총 200억 미달시 퇴출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시 즉시 상폐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내년 1월부터 국내 증시의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된다. 시가총액, 매출액 기준을 실효성 있는 수준으로 강화하며 감사의견 미달 요건도 정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저성과 기업을 조속히 국내 증시에서 퇴출하고 증시 전반을 밸류업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은 '지속적인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자본시장 밸류업의 일관된 추진을 위해 정부와 유관기관이 공동으로 마련한 'IPO 제도개선 방안'과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간 우리 주식시장은 상장기업 수, 시가총액 등 양적인 규모는 계속 확대됐으나 개별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성장성 등 질적인 측면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해외 주요국 증시는 시가총액 상승률 대비 주가지수 상승률이 더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나, 우리나라는 반대로 시가총액 상승률이 더 높다.
이에 국내 증시를 제고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곤 있으나, 주식 시장의 진입과 퇴출 측면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IPO 시장이 단기차익 투자 위주로 운영됨에 따라 공모가와 상장일 이후 주가흐름에 왜곡이 발생하고, 완화적인 상장폐지 요건 절차로 인해 저성과 기업의 퇴출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간 진입 기업수 대비 퇴출 기업수는 평균적으로 1/4에 불과하고 주요국 증시와 비교할 때 상장회사수 증가율도 높은 편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6개 년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수는 평균 99개사였으나 퇴출된 기업은 25개사에 불과했다. 최근 5년간 주요국 증시 상장회사 수 증가율은 한국의 경우 17.7%로 미국(3.5%), 일본(6.8%), 대만(8.7%)보다도 월등히 높았다.
금융당국은 주식시장 내 저성과 기업의 적시 퇴출을 위해 상장폐지 요건은 강화하고 절차는 효율화하기로 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시가총액·매출액 요건 상향 △최대 개선기간 축소 △K-OTC를 통한 상장폐지기업 거래 지원 등이다.
가장 먼저 금융당국은 시가총액과 매출액 요건의 기준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기존 요건이 과도하게 낮게 설정돼 있어 지난 10년간 두 요건으로 인한 상장폐지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현행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종목은 시가총액 50억원, 매출액 50억원(시총 1000억원 이하일 경우에만 적용)이 기준이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시가총액 기준이 200억원으로 상향되며 2027년엔 시총 300억원·매출액 100억원, 2028년엔 시총 500억원·매출액 200억원을 기준으로 한다. 연착륙을 위해 상향 목표치까지 3단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의도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내년에 상향될 시가총액과 매출액의 기준은 각각 150억원·30억원이며 2027년은 150억원·30억원, 2028년 300억원·75억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최종 상향조정 완료시 코스피는 62개사(총 788개사, 약 8%), 코스닥은 137개사(총 1530개사 중 약 7%)가 요건 미달에 해당된다"며 "시뮬레이션은 작년 수치를 기반으로 여러 가정을 도입해 계산한 수치인 만큼, 기업의 밸류업 노력, 시장여건 변화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사의견 미달요건도 강화한다. 현행 제도상 감사의견 미달시 다다음 사업연도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하는 등 다소 완화적으로 요건을 적용해 왔다. 이로 인해 상장폐지 심사가 장기화되고 저성과 기업이 다른 사유로 인한 상장폐지를 회피하고 심사를 지연시키기 위해 고의로 감사의견 미달을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는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시 즉시 상장폐지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회생·워크아웃 기업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추가 개선기간을 허용한다.
기존 코스닥에만 도입돼 있던 분할재상장시 존속법인에 대한 상장폐지 심사제도를 코스피에도 도입한다. 존속법인은 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존속법인이 부실해지는 구조의 분할재상장이 나타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절차도 효율화한다. 현행 제도상 코스피는 최대 2심에 개선기간 4년, 코스닥은 최대 3심에 개선기간 2년으로 운영돼 상장폐지 심사가 비효율적으로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당국은 심사절차 효율화를 위해 코스피는 개선기간을 최대 4년에서 2년으로 절반 수준까지 축소하고, 코스닥은 심의 단계를 3심제에서 2심제로 축소함과 동시에 최대 개선기간도 2년에서 1년 6개월로 축소하기로 했다.
또한 속개 제도를 이용해 개선기간을 추가 부여하는 등 운영상의 비효율성도 제거하기 위해 개선기간 추가부여 성격의 속개를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1심 심의결과가 명확한 경우 2심에서 추가 개선기간을 부여하지 않도록 한다.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와 실질심사 사유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 기존에는 실질심사를 중단하고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에 대한 심사가 종료된 후에 실질심사를 재개했다. 그러나 이번 제도개선으로 향후에는 심사를 병행해 진행하고 하나라도 먼저 상장폐지 결정이 나오면 최종 상장폐지를 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퇴출기업 주식의 계속적인 거래 지원과 투자자 알권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상장폐지 기업의 경우 7거래일 간 정리매매 이후에는 사실상 거래가 이뤄지기 어렵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를 활용해 상장폐지 주식의 거래기반을 개선한다.
K-OTC에 '상장폐지 기업부'(가칭)를 내년 1월 신설하고 동 기업부에서 6개월간 거래를 지원한다. 6개월 거래 후에는 금융투자협회의 평가를 통해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존 K-OTC로 연계이전해 거래를 이어나갈 수 있다.
상장폐지 심사 중 투자자에 대한 정보공시도 확대한다. 현재는 상장폐지 심사기간 동안 거래소의 심사절차와 관련된 공시를 제외하면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알기 어렵다. 투자자의 알권리를 제고 측면에서 기업이 거래소에 제출하는 '개선계획'의 주요내용을 공시하도록 한다. 단 대외공개가 부적절한 경영상 비밀사항은 제외하고 공시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은 오는 1분기에 거래소세칙을 개정하고 2분기에 거래소규정 개정 등 필요조치를 신속하게 완료할 계획"이라며 "즉시 시행이 가능한 최대 개선기간 축소, 형식·실질 병행심사는 1분기 중 거래소세칙 개정과 함께 바로 시행한다"고 말했다.
감사의견 미달 요건 강화, 분할 재상장시 심사 강화, 상장폐지 심사기업의 개선계획 공시는 기업안내 등을 고려해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시가총액, 매출액 등 재무요건 강화는 내년 1월부터 3단계에 걸쳐 단계별로 시행한다.
박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부장은 "부실기업 퇴출은 반드시 필요하니 가급적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즉시 시행 가능한 세칙부터 만들고 규정화해 3월부터 시행할 예정이고 규정도 7월에는 시행이 가능하도록 현재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위원회가 상장폐지를 엄격하게 심사하는 기조를 취하고 있다"며 "지난해 24개사가 상장폐지됐다. 전년 대비 상당히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성과 기업에 대한 퇴출을 조금 더 신속하고 엄격하게 할 것이란 기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예년과 다르게 운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김지영 기자(jy1008@dt.co.kr)
기자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