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울수록 더 좋아"…'한 달간 40%' 뛴 '한파 돈벼락' 뭐길래
지난달 수익률만 40% 넘게 상승
미국 한파에 난방 수요 확대 기대
트럼프2기 LNG 수출 확대 정책에
천연가스 가격 박스권 돌파 전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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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상장지수증권(ETN) 수익률이 최근 한 달 동안에만 40% 넘게 치솟으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들이닥친 한파로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되면서다. 특히 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유럽으로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이 늘어날 경우 천연가스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간 국내 ETN 수익률 상위 10개 중 9개가 천연가스 관련 상품으로 집계됐다. '신한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의 수익률이 46.67%로 가장 높았다. 이밖에 '한투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와 'KB 블룸버그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등 8개 상품이 36.26~46.6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버지니아 주민들./사진=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 주민들./사진=연합뉴스
반면 천연가스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ETN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같은 기간 '하나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H)'이 마이너스(-) 36.96%로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KB 블룸버그 인버스2X 천연가스선물 ETN(H)'의 수익률이 -36.62%로 뒤를 이었고 '메리츠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H)'과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C' 등 총 11개 상품이 두 자릿수 하락률을 나타냈다.
이들 ETN이 기초자산으로 삼은 천연가스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2월 인도분 헨리허브(HH)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100만BTU(열량 단위)당 3.94달러로 전일 대비 16.6% 올랐다. 이는 천연가스 선물 거래가 시작된 2012년 이후 가장 큰 일간 상승률이다. 천연가스 가격은 10월18일 2.26달러까지 밀린 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올해 미 전역에 극심한 한파가 동반될 것이란 예보가 나오면서 천연가스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영향이다. 미 기상전문 매체 웨더채널은 제트기류가 북극의 찬 공기를 미 동부 지역으로 밀어내면서 1월 중순 한파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천연가스 수요가 절정인 1월에 한파가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북극 한파로 영하권 추위에 취약한 남쪽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시장이 이를 가격에 더 크게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김광래 삼성선물 수석연구원은 "시장의 주요 관심사는 미국 내 천연가스 1위 생산주인 텍사스와 3위인 루이지애나주를 중심으로 공급 차질이 얼마나 발생할지 여부"라며 "또 기존 전통 천연가스 생산지인 애팔래치아 지역 내 공급 차질이 예년보다 얼마나 더 클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연말 '숏 스퀴즈'(급격한 공매도 청산에 따른 가격 급등) 발생에 따른 과매수 구간 돌입 후 4달러 전후의 강한 기술적 저항을 확인했다"며 "7일 전후 한파가 확실시되기 전까지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신규 LNG 수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통제를 즉각 해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5건의 LNG 수출 사업도 즉각 허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신규 LNG 수출 터미널이 재개될 경우 수출량만 최대 40%가량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천연가스가 난방 시즌을 맞이한 상황에서 유럽으로의 LNG 수출 확대는 3달러 중반대인 헨리허브 가격의 박스권 돌파를 유도할 부분"이라며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상반기까지 6달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