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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갚아도 돼" 돈 펑펑 쓰고 결제 미뤘다가…빚지는 20대 급등

[MT리포트]금융알못 MZ세대(上)
[편집자주] 디지털 네이티브인 청년 세대가 유독 디지털 금융환경에선 맥을 못춘다. 비트코인 등 신 금융문물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나 '리볼빙'이 고금리 상품인지 모르고 쓰다가 연체율이 치솟고 피싱 범죄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청년 금융문맹의 실태를 살펴보고 해결방안을 짚는다.

코인 '영끌' 20대, 고금리 리볼빙 '덜컥' 받더니…4년 새 연체율 급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연령별 리볼빙 잔액 연체율/그래픽=이지혜
젊은 청년들의 카드사 리볼빙 연체율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고금리 금융상품인 리볼빙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이용하다 빚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연체율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2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연령대별 카드사 리볼빙 잔액·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에서 리볼빙을 이용한 회원 중 29세 이하의 연체율은 지난해말 기준 2.2%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60세 이상(2.6%) 다음으로 높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일부를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을 수 있게 한 서비스다.

29세 이하의 리볼빙 연체율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높아졌다. 2019년말 29세 이하의 리볼빙 연체율은 1.6%였으나 4년 새 0.6%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30대의 연체율은 1.5%에서 1.9%로 0.4%p 올랐다. 40대·50대는 0.2%p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말 연체율 1위를 기록했던 60세 이상도 이 기간 연체율이 0.4%p 올라 29세 이하보다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청년층의 연체율 상승이 본격화된 건 2020년부터다. 2019년말 29세 이하의 연체율(1.6%)은 전 연령대 중 2번째로 낮았다. 그러나 2020년말엔 2.0%로 치솟아 연체율 1위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연체율 1.8%보다도 높았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있었던 2021년말엔 1.7%로 낮아졌으나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제일 높은 수치였다. 2022년말에도 29세 이하의 연체율은 2.1%를 기록해 3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29세 이하의 리볼빙 연체율이 높아진 2020년은 청년층이 비트코인에 몰려들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서기 시작한 시기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한국씨티)의 '연령대별 신용대출 잔액'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2월 20대의 신용대출 잔액은 7조4494억원으로, 같은해 1월 5조2321억원에서 42% 증가했다. 이 기간 30대도 신용대출 잔액이 28% 늘었다. 반면 40대의 증가율은 16.5%에 그쳤다.

청년층이 자신의 상환 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고금리 상품인 리볼빙을 이용했다가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이 부족한 고객이 연체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상환 부담이 큰 대출성 상품이다. 카드론보다 금리가 높은 데다 여러 달 연속으로 이용하면 갚아야 할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8개 카드사의 리볼빙 평균 금리는 15.69~18.03%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청년이 영끌 투자를 한 이후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난 경향이 있다"며 "청년은 소득 기반이 취약해 불법 사금융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생 한방" 줄줄이 영끌·빚투…Z세대들 돈 관리 낙제점



연령대별 금융이해력 조사항목 점수/그래픽=이지혜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20대는 평균 이하다. 특히 저축이나 미래를 선호할수록 평가 점수가 높아지는 '금융 태도'는 전 연령을 통틀어 가장 낮게 나타났다. 20대 저소득층은 고금리 신용카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하는 등 과도하고 위험한 빚을 활용해 채무불이행 우려도 컸다. 다만 일부는 조각 투자 등 새로운 투자 방식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짠테크 등 디지털금융을 활발히 활용하는 똑똑이들도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2022년 조사해 발표한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금융이해력은 65.8점으로 평균(66.5점)을 밑돌았다. 금융이해력은 금융지식, 금융행위, 금융태도로 나뉘는데 금융행위를 제외한 금융지식과 금융태도가 둘다 평균 아래다. 특히 금융태도는 전 연령을 통틀어 가장 낮은 48.9점으로 나타났다. 금융태도는 현재보다는 미래를 선호하고, 소비보다는 저축을 선호할 때 높게 나타나는데 20대는 상대적으로 다른 연령에 비해 미래보다 현재를 선호하고 저축보다 소비를 선호한다는 의미가 된다.

20대는 모은 자산이 많지 않다 보니 돈을 빌려서 실물자산 투자를 하는 '빚투', '영끌' 투자 형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같은 해 조사 발표한 '청년을 위한 금융정책의 필요성과 과제' 따르면 20대 저소득층에서 신용카드 대출이 부동산자산 증가로 나타났다. 즉 신용카드대출을 받아 부동산의 계약금·중도금을 납입했다는 의미다. 조사 대상 기간이 2018~2020년 부동산 상승기로 분석대상 기간을 2012~2020년으로 넓혔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카드론은 평균 금리가 연 13~14% 안팎의 고금리다. 단기대출인 현금서비스는 평균 금리가 연 18% 안팎에 달한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 상승기가 지속되면 부채상환능력은 떨어지고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저축액 등 자산이나 소득 수준이 낮은 20대 청년일수록 위험도는 더욱 높다"면서 "20대는 장기, 분산, 적립식의 자산형성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포인트를 알뜰히 모아 현금처럼 사용하거나 조각투자 등 소액으로도 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방식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20대도 있다. 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 회원의 절반은 20·30대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의 일부를 사들이고 해당 저작권에서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수익증권을 잘게 쪼개 투자자에게 판매하는데 수익이 나면 투자한 만큼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강남의 한 아파트 조각투자에도 20~30대가 몰렸다. 최소 10만원 단위로 투자가 가능하고 최소 연 3%, 최대 연 7.5%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 소액으로 목돈을 만드는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 가입자의 절반은 20·30대다.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도 100만명을 넘어섰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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