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소프트웨어 쌍두마차… ‘AI 플랫폼’ 엔비디아 랠리 계속된다 [유중호의 미국 주식 플렉스
최고 성능 하드웨어 판매
GPU ‘블랙웰’ 압도적인 수요
데이터센터GPU는 88% 점유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복잡한 계산 쉽게 처리 ‘쿠다’
가상현실 구현하는 ‘옴니버스’
장기 성장성 여전히 높아
자본대비 이익률 등 분석결과
타 IT 종목 대비 저평가된 듯
인공지능(AI) 시장을 구성하는 기업들을 논할 때 크게 하드웨어 기업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나눈다. 그런데 두 가지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미국의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자사를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이 아닌 ‘AI 플랫폼 기업’으로 지칭하는데, 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것을 일컫는다. 마치 애플이 아이폰(하드웨어)뿐 아니라 각종 소프트웨어도 동시에 제공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로 볼 수 있다.
엔비디아의 매출 대부분은 GPU 판매에서 나오는데, 지난해 AI 열풍이 시작되면서 판매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AI 시장에서 GPU가 갈수록 주목받는 이유는 CPU보다 한 번에 많은 계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90개의 CPU 기반 데이터센터를 단 2개의 GPU 기반 데이터센터로 대체 가능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현시점에서 엔비디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GPU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그래픽 = 권호영 기자
그래픽 = 권호영 기자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블랙웰’의 경우 공급 대비 높은 수요가 형성되며 시장성을 입증했고, 최근 샘플 1만3000개가 고객에게 인도됐다. 엔비디아는 블랙웰의 생산력을 내년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테슬라, 오픈AI 같은 대부분의 대형 기업이 블랙웰을 주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엔비디아가 보유한 또 다른 강력한 기술은 NV링크(거대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기술)와 NV스위치 같은 회로를 사용해 다수의 GPU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인데, 특징은 속도 저하가 없다는 것이다. ‘하이퍼 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라클은 13만 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로 구성된 AI 클라우드 컴퓨팅 클러스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전 세계 데이터센터 GPU 시장 점유율은 88%(지난 1년 기준)로 압도적이며, 수많은 기업의 주문으로 높은 매출성장을 기록 중이다. 엔비디아의 최근 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체의 88%를 차지했고, 전년 동기 대비 112% 성장하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엔비디아는 GPU 출시 주기를 1년으로 단축해 꾸준한 신제품 출시를 통한 충성고객 유지를 노리고 있다. 내년 3월에는 블랙웰의 후속 GPU인 ‘루빈’의 출시가 예정돼 있다.
고속 성장 중인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사업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소프트웨어 사업이다. 대표적으로 ‘쿠다(CUDA)’는 GPU 성능을 최대한 활용해 복잡한 계산을 더 빨리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인데, 전 세계 수많은 개발자 및 연구자가 사용해 가장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수많은 개발자가 쿠다 생태계에 익숙해져 있어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로이터 연합뉴스
‘옴니버스’라는 소프트웨어도 있다. 특정 시설·물건 등을 가상세계에 구현하면 현실의 물리법칙(온도변화·중력 등)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강점이다. 기업들은 큰 비용을 들일 필요 없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정을 최적화하고 결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 메르세데스 벤츠와 지멘스 같은 기업은 옴니버스를 활용해 가상 공장을 구현했고, 대만의 위스트론은 옴니버스를 사용해 자사의 공장 전체 주기 시간을 50% 단축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옴니버스를 활용한 ‘어스2’라는 제품으로 가뭄·홍수·태풍 등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게 지원해주며, 해수면 상승과 같은 장기적 기후 변화도 분석할 수 있다. 향후 재생 에너지 설계, 도시 계획, 자원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엔비디아 AI 엔터프라이즈’라는 소프트웨어는 기업이 AI 개발과 배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종합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AI 업무를 실행할 수 있게 지원해준다. 이를 통해 AI 프로젝트를 빠르게 상용화하고, AI 앱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헬스케어에서는 의료 영상 분석을, 제조업에서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엔비디아의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꾸준한 GPU 판매와 실적 성장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AI 플랫폼(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사업을 통한 엔비디아의 장기 이익 성장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본 대비 이익률,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 주당순이익 기대 성장률 등 여러 지표로 분석해본 엔비디아의 주가는 여타 정보기술(IT) 종목 대비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
◇유중호 KB증권 수석연구원
△KB증권 리서치본부투자컨설팅팀, 해외주식포트폴리오팀 △미국주식포트폴리오·종목자문, 분석 △미국공인회계사(AICPA) △미국 뉴욕 감사 경력 5년(딜로이트, E&Y) △빙햄턴 뉴욕주립대학교 회계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