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코리아' 행진… '밸류업'에 매도폭탄
삼성전자·현대차·금융주 등
10거래일간 2조5천억 매도
19일 美 금리인하가 분수령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코리아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10거래일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2조원 넘게 팔아치우는 등 거침없는 매도공세에 수급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000억 가량 순매도했다. 하루평균 2500억원 규모다. 이날에는 7000억원 이상 순매도로 코스피지수를 30p이상 끌어내렸다. 순매도 금액은 7133억원으로 지난 11월 29일(7494억원) 이후 12거래일만에 최대치이다. 주된 배경으로 정치 리스크 여진, 환손실 등이 꼽힌다. 다만, 오는 19일 미국의 금리인하 여부가 외국인 행보에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은 지난 3일 하루 5655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증시 유턴을 예고했다. 지난 10월 한 달간 4조7001억원을 순매도한데 이어 11월에도 4조3039억원을 추가로 파는 등 국내 증시 이탈 행보와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귀환을 기대하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감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계엄이후 정치 리스크가 불거진데다 탄핵가결이후에도 정국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선 후 오르막길을 걷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가만히 있어도 환손실을 보는 상황이다.
올해 4·4분기 원·달러 환율 평균은 1년전인 지난해 4·4분기 대비 4.5% 상승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1.8% 올랐다. 여기에 미국 등 해외 대형 연기금에서 한국 주식 비중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배분안이 발표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유안타증권 고경범 연구원은 "원화가치 평가절하 지속과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기금의 벤치마크 변경 이슈 등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리스크 우려고조 등 대외 교역 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외국인의 대형주 중심의 매도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난 4일부터 최근 10거래일간 외국인의 최다 순매도 종목은 삼성전자로 1조1494억원어치 내다팔았다. 이어 KB금융(-3121억원), 현대차(-1651억원), 신한지주(-1388억원), 하나금융지주(-755억원) 순이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695억원 가량 순매도하는 등 삼성전자와 금융주 중심으로 매도세가 집중됐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지난 5거래일간 외국인들의 순매도 상위는 삼성전자,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현대차, 기아, 고려아연"이라며 "정책 영향력에 민감한 종목 중심으로 내다팔았다"며 "반도체, 방산 가격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한 반면 정책 관련주(밸류업 등)에 대해서는 비중 축소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원달러환율 상승세가 외국인 매도세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문다운 연구원은 "내년 1·4분기 원·달러 전망을 기존 1350원에서 1400원으로 크게 상향 조정한다"라면서 당분간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정국 불안에 트럼프 집권 초기 한국 정부의 리더십 부재 등에 따른 협상력 약화에 우려가 원화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18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결정이 인하 추세를 이어갈 경우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이 돌아설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하나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연간 낙폭과대 업종 중에서도 내년에 수익성 증가기대 업종 중심으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두선 기자 (dschoi@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