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주관하고 상장 직후 매도"…한투證 반복되는 논란
공모가 공정했나…대량 매도에 주가 영향 우려도
작년엔 상장주관 기업 실권주 100억어치 팔아 당국 제재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에이럭스의 상장 주관을 맡은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첫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모가 1만6000원에 청약한 투자자들은 상장 직후 38.25% 손해를 봤지만 한국투자증권은 300% 넘는 차익을 남겼다. 앞서 한투증권은 상장 주관을 맡은 기업의 실권주 100억원어치를 상장 직후 매도한 사실로 지난해 당국 제재를 받은 바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신규 상장한 에이럭스는 상장 첫날 단일계좌에서 대규모 거래량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투자주의종목에 지정됐다.
1일 특정 기관 계좌에서 전체 지분의 2.56%에 해당하는 33만9500주의 매도 물량이 발생했다. 에이럭스는 첫날 38.25% 하락해 공모가(1만6000원)를 크게 밑도는 988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해당 계좌는 한국투자증권으로 특정되고 있다. 33만9500주는 한국투자증권이 에이럭스가 비상장기업일 때부터 보유하고 있던 48만5000주 중 1개월 자발적 의무보유로 묶인 14만5500주를 뺀 나머지 물량과 일치하는 수량이다. 이는 전체 지분의 2.56%에 해당한다.
첫날 에이럭스 주가는 크게 하락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취득가액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엑시트할 수 있었다. 에이럭스의 공모가는 1만6000원으로 정해졌는데, 2020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취득했을 때 주당 취득가액은 3600원이었다. 첫날 종가(9880원)에 팔았어도 174% 이익을 본다.
현행법상 IPO 전 단계에서 취득한 기업 주식을 주관사가 상장 직후 매도하는 건 위법이지만, 한투는 여기 해당하진 않는다. 금융투자업규정 제4조에 따르면 상장일로부터 30일 이내 처분이 금지되는 물량은 상장일로부터 과거 2년 이내 취득한 주식에 한정된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분을 취득한 건 4년 전이라 해당 규정을 적용하긴 어렵다.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해도 상장 주관사로서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단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관사가 지분 처분을 계획하고 있었다면 일부러 공모가를 높게 산정할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한투증권은 경쟁률 973.1대 1의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발행사와 협의한 뒤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한 1만6000원으로 결정됐다.
또 2% 넘는 지분을 한꺼번에 매도할 경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함에도 차익 실현을 우선순위에 뒀다는 점에서도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법적으로 상장 주관사의 구주 매도를 제한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기관이 상장 초기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후자의 이유로 1년 전 정기검사 때 비슷한 건으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한투증권은 상장 주관 과정에서 떠안은 실권주 100억원어치를 상장 3일 만에 매도했다. 실권주란 청약이 불발돼 남은 잔여 공모 주식을 말한다. 공모 금액의 10% 넘는 물량이 나오면서 해당 종목의 주가도 4일차에 장중 12% 하락했다.
한투증권은 실권주를 떠안은 시기가 이미 공모가가 정해진 이후이기 때문에 이해상충 우려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금융당국은 주관사가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건 상식적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의무라고 지적했다.
당시 증권선물위원회 회의에서 한 위원은 "법의 취지에는 상장 후 단기간 내 주식을 시장에 매각해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도 있다"며 "이 사건은 과연 정당하게 가격을 책정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이후 시장 조성을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가 에이럭스 주식을 매도했는지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우연수 기자(coinciden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