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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4600만원 타갈때 난 0원"…이런 실손보험 가입자 65%

[MT리포트]못 받아도 매년 오르는 실손①
[편집자주] 실손의료보험금이 줄줄 새고 있다. 매년 수십만원의 보험료를 내지만 1년에 한 번도 보험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가 절반이 넘는다. 5%도 안 되는 가입자가 전체 보험금의 60% 이상을 타가고 있다. 비급여 관리가 안 되면서 실손보험금은 눈먼 돈이 됐다. 적자를 본 보험사는 매년 보험료를 올리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손보험금 지급 구간별 현황/그래픽=김다나
실손보험금 지급 구간별 현황/그래픽=김다나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초반 여성 A씨는 올해 들어 9월까지 총 202회 병원에 다녔다. A씨의 진단 내용은 관절통, 요추 및 추간판 장애 등이다. 그는 해당 기간동안 총 179회의 체외 충격파 치료를 받았다. 단순 계산하면 매달 20일 동안 매일 체외 충격파 치료를 받은 셈이다. A씨에게 지급된 실손의료보험금은 총 4600여만원에 달한다. 이 중 비급여 비중은 96.4%로 지난해 전체 평균(56.9%)과 비교하면 비급여 비중이 월등히 높다.

실손보험의 보험금 지급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은 한 푼의 보험금도 받지 않았지만 1명이 되지 않은 소수가 전체 보험금의 절반 이상을 수령했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비급여'의 허점을 이용한 과잉치료 현상을 차단하지 않으면 선의의 가입자만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4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지급 청구 현황을 보면 보험 가입자의 65.1%는 실손보험금을 단 한 건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인 100만원 이하 청구(30.5%)까지 포함하면 보험금을 아예 청구하지 않았거나 소액을 청구한 비중은 95.6%에 달한다.

반면 나머지 4.4%의 가입자는 전체 보험금(3조8379억원)의 약 65%에 해당하는 2조4761억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6개월 동안 1000만원이 넘는 고액을 수령한 가입자 비중은 0.17%지만 지급보험금 비중은 13.9%에 달한다. 0.002%에 해당하는 300명은 각각 50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타갔다.

가입자가 40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은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보장하는데 급여 의료비의 본인 부담금과 건보가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가 대상이다.

실손지급보험금 현황/그래픽=김다나
실손지급보험금 현황/그래픽=김다나

실손보험금은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비급여 의료비가 관리되지 않아서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5개 보험사가 올해 1~9월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총 7조229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증가했으며 2022년과 비교하면 18.7% 증가했다. 이중 비급여는 2023년 3.7% 증가했고 올해 9% 증가했다. 그동안 증가율만 보면 급여가 높았지만 최근 증가폭은 비급여가 크다. 올해는 비급여가 급여 증가율(7.3%)을 넘어섰다.

특히 동네 의원인 1차 병원의 비급여 의료비는 2022년 1조5234억원에서 2023년 1조3715억원으로 감소했으나, 올해 1조4615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백내장 수술 비용을 실손보험으로 받기 어려워지면서 비급여 증가세가 주춤했으나 무릎주사 시술 등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생기면서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비급여가 보험금 누수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유는 건보가 관리하는 급여와 달리 별도의 관리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료 기관이 가격을 임의로 설정하고 진료 횟수, 양을 남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보험사의 손해율도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19.4%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126.1%로 뛰었다. 손해율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인데 100%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만큼 적자가 된다.

적자를 본 보험사는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어 다수의 가입자가 피해를 본다. 실제로 소비자의 보험료 상승 체감도는 높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인 40세 남성 A씨의 경우 2013년 월 보험료는 1만281원이었으나 3년마다 3차례 갱신하면서 보험료는 연평균 52.6% 올랐다. 가장 최근 갱신 시점인 2022년에 책정된 보험료는 3만6066원으로 9년 만에 251% 인상됐다. 67세 여성인 B씨는 올해 갱신하면서 보험료가 직전보다 41.5% 올랐다. 2012년 가입 당시 월 가입 보험료는 3만8960원이었으나 4번 갱신하는 동안 보험료는 13만4290원으로 뛰었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잡지 못하면 보험료 급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은 다음 달 실손보험 개선안 등이 담긴 2차 개혁방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과잉 진료를 부추기는 비급여를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안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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