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간판 바꾼 키움운용...운용사 ‘리브랜딩 역효과’ 극복할까
한투·신한운용에 밀리는 경쟁력...새해 재도약 ‘사활’
작년 리브랜딩 KB·한화운용, 광고비 증가에도 점유율↓
ⓒ키움투자자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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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백서원 기자]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 이름을 22년 만에 전격 교체한 가운데 기대했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국내 중위권 자산운용사들이 ETF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리브랜딩을 단행했지만 일부를 제외하면 효과가 떨어지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봤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의 ETF 브랜드명 변경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키움운용은 전날인 14일 ETF 브랜드명을 기존 ‘KOSEF’, ‘히어로즈’에서 ‘KIWOOM’으로 일괄 변경됐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ETF 브랜드 개편은 키움운용의 전신인 LG투자신탁운용이 국내 최초 ETF인 ‘KOSEF 200’을 출시한 이후 22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키움운용은 당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과 함께 국내 첫 ETF를 상장시킬 정도로 선구적인 위치에 있었으나 이후 시장 경쟁에서 점차 밀려나면서 리브랜딩에는 후발주자로 나서게 됐다.
앞서 키움운용은 2022년 3월 액티브 전문 ETF ‘히어로즈’를 출범하면서 패시브 ETF 브랜드인 ‘KOSEF’와 함께 브랜드를 두 갈래 축으로 운용해왔다. 그러나 중위권 운용사들의 ETF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하나의 브랜드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그룹사 브랜드 ‘키움(KIWOOM)’으로 통합하면 ETF의 브랜드 파워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그간 키움운용은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ETF 기반을 넓혀 왔는데 올해 리브랜딩을 발판으로 삼아 주요 고객층을 개인투자자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13일 기준 키움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3조7419억원이다. 시장 점유율 2.11%로 삼성자산운용(38.35%), 미래에셋자산운용(35.78%), KB자산운용(7.68%), 한국투자신탁운용(7.58%), 신한자산운용(3.23%)에 이은 6위를 기록하고 있다.
4년 전(2021년 1월 13일) 키움운용(3.30%)과 한국투자신탁운용(4.71%)의 점유율 차이는 1.4%포인트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5%포인트 넘게 격차가 벌어졌고 당시 키움운용 아래 있었던 신한자산운용(0.95%)에도 추월당했다. ‘원조 ETF 운용사’라는 전통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이란 점에서 다시 한번 전력을 가다듬고 마케팅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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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난해 ETF 브랜드 변경을 진행한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아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선제적으로 리브랜딩을 단행한 한투운용과 신한운용을 제외하면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실속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8월 신한운용이 SMART에서 SOL로 ETF 간판을 바꾼 뒤 2022년 9월 한투운용이 KINDEX에서 ACE로 브랜드명을 교체하면서 ETF 리브랜딩이 본격화 됐다. 지난해 4월에는 하나자산운용(KTOP→1Q)이, 이어 7월에는 KB운용(KBSTAR→RISE)과 한화자산운용(ARIRANG→PLUS)이 변경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우리자산운용(WOORI→WON)이 연달아 ETF 간판을 바꿔 달았다.
리브랜딩을 비롯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면서 광고선전비도 크게 늘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B운용의 광고선전비는 36억8548만원으로 전년 동기(10억2076만원)보다 261.05%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리브랜딩을 진행한 한화운용도 광고선전비로 27억8845만원을 지출했다. 전년동기(12억145만원) 대비 56%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들의 리브랜딩 노력이 시장 점유율 확대로는 이어지지 않는 양상이다. 전날 KB운용의 시장 점유율은 7.68%로 리브랜딩을 진행하기 전인 작년 초(7.92%) 보다 하락했고 한화운용 역시 지난해 초 점유율 2.43% 수준이었지만 전날 1.92%로 0.5%포인트 낮아졌다. KB운용은 지난달 27일 일시적으로 한투운용에 ETF 시장 3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찍이 리브랜딩에 단행한 운용사들을 제외하면 이제 브랜드명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키움운용은 키움이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확실한 대표 상품을 내놓을 수만 있다면 시너지 효과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