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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연동 장기채 ETF 베팅했다 덜컥…1000억 날린 국내 투자자들

美 금리인하 베팅에 돈 몰렸는데
트럼프 등장에 美30년물 5% 육박
엔·달러 158엔 넘어 다시 약세로
엔화연동 美장기채 ETF 한달새 10%↓


[서울경제]

달러 자산의 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 엔화마저 약세를 보이자 일본 화폐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수익률이 최근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글로벌 경기 양극화 등 대외 불확실성 요소가 산적해 있어 당분간 이들 ETF의 가격이 당분간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 ETF는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이날까지 각각 10.62%, 10.71% 급락했다. 이는 미국 30년 국채에 엔화를 거치지 않고 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8.52%)’나 한투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8.57%)’보다 저조한 수익률이다. 특히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 ETF의 경우는 지난해 8~9월을 제외하면 2023년 12월 상품 출시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엔화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해 손실을 본 ETF는 국내 상장 상품뿐이 아니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 또한 이 기간 10.53% 떨어져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을 불렀다.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과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 ETF가 최근 부진한 성과를 거둔 것은 이들 상품이 엔화는 강세,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해야만 수익률이 높아지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장기물 투자를 통한 자본 차익과 엔화 가치 변동에 따른 환 차익을 한꺼번에 잡겠다는 목표로 구성됐다. 각 운용사들은 해당 ETF 출시 때만 하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는 금리를 인하하고 일본중앙은행(BOJ)은 이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금리·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들이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면서 불거졌다. 미 연준이 세 차례나 금리를 내렸지만 미국 국채금리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실제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와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각각 4.681%, 4.920%로 2023년 말 이후 가장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재정 적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엔화는 BOJ의 금리 인상 기대 후퇴로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9월 달러당 140엔까지 하락했던 엔·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58엔을 다시 돌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해당 상품들에 투자한 개인들의 손실이 계속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과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의 순자산은 9일 현재 3772억 원, 1047억 원에 이른다. 국내 투자자들은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국채 엔화 헤지 ETF도 최근 1년 간 3억 4350만 달러(약 5000억 원)어치나 순매수했다. 이 ETF의 국내 투자자 보관액은 6억 5350만 달러로 원화 기준 1조 원에 육박한다.

전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환율을 반영한 상품의 약세가 심해지고 있다”며 “여기에 엔화 약세까지 겹치자 관련 ETF의 낙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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