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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산화, 10개월 이상 걸린다…"중앙시스템 내년 3월께 구축"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이 추진 중인 무차입 공매도 단속 체계가 일러도 내년 2분기에야 정식 가동될 전망이다. 개별 투자은행(IB)의 전산화 시스템과 함께 단속 체계 양 축 중 하나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의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NSDS)이 빠르면 내년 3월께 구축될 전망이라서다.
"무차입 공매도 단속 중앙시스템 구축, 10개월은 걸릴 것"
10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와 함께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토론 3차'를 열고 "한국거래소의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은 내년 3월까지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새로운 시스템과 불법 공매도 적발 알고리즘을 함께 개발해야 해 시일이 다소 걸린다는 설명이다. 이날 토론엔 이복현 금감원장과 황선오 금감원 금융투자부문 부원장보를 비롯해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부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금감원의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눠진다. IB 등 공매도 주문을 넣는 개별 기관이 자체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막는 내부 전산시스템을 운영하고, 한국거래소에선 NSDS를 운영해 기관의 대차 잔고 범위를 초과하는 매도주문을 잡아낸다는 게 골자다. 두 시스템을 서로 연결해 데이터를 검증하는 환류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NSDS 구축이 내년 3월 완료된다면 금감원 등이 작년 11월 공매도 전산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한지 약 1년 4개월만에 중앙시스템이 준비되는 셈이다. 금감원은 "실시간 외부 차단 시스템, 대차거래 완전 전산화 등 여러 방안의 장단점과 도입 가능성을 분석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의견조율·협의를 하면서 부득이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었다"며 "최초 협의시엔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도입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 외국인들을 설득하는 데에도 일정 기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공매도 전산화 방안 발표에 앞서 외국인, 증권사, 공모운용사, 사모운용사 등 기관투자가 총 99곳의 현행 시스템 운영 실태 등을 따져본 것으로 알려졌다. 22차례 실무협의와 두 차례 공론화 과정도 거쳤다.
이달 중 기관투자가 가이드라인 발표…'일단 개별로 구축하라'
금감원은 이달 중 공매도 거래 기관투자가에 대해 자체 잔고관리시스템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각 글로벌 IB 등이 자체 공매도 잔고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서라는 방침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개별 IB 등은 내부적으로 매도가능잔고를 실시간 점검하고, 대차 부서가 차입을 요청한 단계가 아니라 차입 승인을 받은 뒤에야 공매도 주문이 시행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내부통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배포한다. 공매도 주문기록은 5년간 보관하고, 금감원 등의 검사·조사가 있을 경우 주문 기록을 즉시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을 예정이다. 기관엔 공매도 거래와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별도 부서가 금감원의 필수 요구사항을 반영했는지 여부를 검증하도록 하게 할 방침이다. 기관이 자체적으로 매 영업일 법규 준수 여부도 검증해야 한다. 주문을 수탁받는 국내 증권사는 시스템을 정기 점검해 적정성이 확인된 기관의 공매도 주문만 수탁해야 한다.

각 사 내부통제 기준에 무차입공매도가 발생한 경우 관련 임직원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조항도 마련케 할 방침이다.

개별사들의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선 행정지원 체계를 늘린다. 기존엔 금감원에서만 운영하는 공매도 전산화 실무지원반을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유관기관 합동 실무지원반으로 확대 개편한다.
"중앙시스템 나와야 시스템 구축…공매도 재개는 내년 2분기 넘어야"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발표에 따라 공매도 전산시스템 본격 출범은 빨라도 내년 2분기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앙시스템이 먼저 완비돼야 IB 등이 그에 맞춰 개별 시스템을 보완·수정하고 연동할 수 있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각자 시스템을 미리 개발해 놓는다고 해도 NSDS가 나오면 안정적인 연동을 위해 일부 수정을 거치고, 전체 연동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며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보니 실제 전체 시스템 가동은 내년 3월 이후에도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무적 문제도 남아있다. 기관들이 공매도 거래를 위해서만 주식 대차를 하는 게 아니란 점이 대표적이다. 기관의 대차 물량은 현금담보부거래, 재대여거래용 물량 등이 합쳐져 계산된다. 그런데 금감원 등은 무차입 공매도 주문 차단을 위해 각 기관이 대차 잔고에 거래 상황을 실시간 반영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실시간 거래 과정에서 공매도용으로 잡아둔 대차물량 일부가 현금담보부거래에 쓰이는 등 일시적 변동이 생기는 경우 등엔 무차입공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관에 일정 차입분을 갚으라는 리콜 주문이 외부에서 들어올 경우 이 주문에 따른 잔고 변동을 실시간 반영한다면 결제일(T+2일) 이전인데도 공매도 단속 시스템상에선 무차입공매도로 잡힐 수 있다. 금감원은 이같은 혼선을 막기 위해 공매도 가능 잔고 안전구간(버퍼) 규모 규정 등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근거 마련에도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무차입 공매도를 단속·검증하려면 개별 기관의 공매도 순잔량, 차입 주식 잔량 정보, 일일 변동 내역 등이 꼭 필요해서다. 금감원 등은 관련 법안이 22대 국회 회기 안에 마련돼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공매도 제도개선은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높여 우리 자본시장을 한단계 성장시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며 "개인, 기관, 외국인투자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개선 최종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이해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함께해야 한다"며 "투자자와 증권업계 모두 적극 협력해달라"고 강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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