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증시 풍요 속 한국만 빈곤한 이유
TSMC와 삼성전자 주가 흐름 차이서 비롯
"삼전, AI 수혜 못 받아…중국 수출도 감소"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코스피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인공지능(AI) 붐의 수혜를 받지 못하면서 주가가 지지부진하다는 점,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한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이 22일 '풍요 속 빈곤, 코스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미국 등 주요국 증시의 사상 최고치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연초까지 극도로 부진하던 중화권 증시도 반등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글로벌 증시 랠리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만 증시와 한국 증시 간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전날(21일) 종가 기준 대만 가권지수는 올해 들어 18.4% 상승했지만 코스피 지수는 2.6% 상승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주가 수익률은 물론 시가 총액 격차도 큰 폭으로 벌어지고 있다. 그는 "팬데믹 기간 중 대만 시가총액이 한국 시가총액을 일시적으로 웃돈 적은 있지만 최근처럼 대만 시가총액이 한국 시가총액을 크게 넘어서서 격차를 확대한 사례는 없었다"며 "이는 (대만과 한국의) 대장주 주가 흐름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대만의 시가총액 격차/그래프=하이투자증권
한국과 대만의 시가총액 격차/그래프=하이투자증권
대만 대장주인 TSMC와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 흐름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TSMC 주가는 올해만 약 40% 이상 급등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같은 기간 0.1% 하락했다. 이에 따라 TSMC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격차도 벌어지는 중이다.
박 연구원은 미국 인공지능(AI) 붐의 수혜를 TSMC가 더욱 크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대만 증시 간 차별화 현상은 반도체를 중심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 속에 대만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수혜를 받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만의 대미 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박 연구원은 "대만의 올해 1~4월 대미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4% 늘었다"며 "대만의 총수출 증가율이 10.8%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대만의 대미 수출 증가 폭은 이례적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대만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올해 1~4월 대미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 증가하면서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의 대미 수출 증가율(64%)을 크게 밑돈다.
한국과 대만의 대중수출 추이/그래프=하이투자증권
한국과 대만의 대중수출 추이/그래프=하이투자증권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대만에 비해 부진하다. 박 연구원은 "한국과 대만 모두 중국 경기 둔화라는 공통적 분모는 같지만, 한국과 중국 제조업의 경쟁 관계가 심화하고 있다"며 "전기차와 이차전지 등 일부 첨단산업 부분에서 한국과 중국 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상대적으로 대만에 비해 한국이 중국 쇼크를 겪고 있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