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집안싸움에 시총 1.2兆 증발[위기의 엔터株①]
"엔터주 전반 투자심리 훼손…변동성 불가피"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이브는 22일 민희진 대표 등이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다며 전격 감사에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이브는 22일 민희진 대표 등이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다며 전격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는 하이브의 또 다른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공식입장으로 맞받아쳤다. 2024.04.25.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하이브의 주가가 자회사인 어도어 경영진과의 분쟁 소식에 연일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하이브의 주가는 벌써 12% 넘게 급락, 시가총액 기준 1조2000억원 이상이 증발했다. 특히 최악의 경우 뉴진스(NewJeans)의 활동 중단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면서 하이브를 둘러싼 투자심리는 더욱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브의 주가는 최근 일주일 새 23만500원에서 20만1500원으로 12.58% 급락했다. 지난 22일 8% 가까이 급락한 데 이어 주중 일부 반등이 이어졌지만, 전날 다시 5% 가까이 하락하면서 주가는 한때 20만원이 붕괴되는 등 몸살을 겪고 있다.
하이브의 주가가 급락세를 맞은 것은 걸그룹 뉴진스 소속사이자 자회사인 어도어 경영진과 '집안싸움'이 벌어진 영향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현재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정황이 포착됐으며 이 과정에 민 대표 측이 뉴진스의 계약 해지 등을 논의한 물증도 확보했다고 주장 중이다. 하이브는 전날 용산경찰서에 민 대표에 대해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기도 했다.
이에 민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어도어 지분은 18%에 불과하다며 경영권 찬탈을 계획했거나 의도한 적이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민 대표는 특히 자신에게 불리한 주주간계약을 하이브와 재협상하던 중에 갈등이 생겼고 내부 고발을 하자 그에 대한 답변이 감사 형태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경영진 간 갈등이 주가 하락으로 비화한 것은 이번 사태로 민 대표를 엄마로 여겨온 것으로 알려진 뉴진스의 활동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하이브에 국한하지 않고 엔터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서 2분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엔터 업종에 대한 적극적인 비중확대를 권고해왔다"면서 "그러나 아쉽게도 투자심리가 회복되던 중 이번 사태로 제동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 연구원은 "문제는 엔터업종의 센티멘털 훼손으로 엔터 업종의 숙명적인 리스크는 '인적 리스크'"라면서 "지금까지의 인적 리스크란 스타들의 사건·사고 소식, 기획사-아티스트 간 재계약 불발 등에 국한됐었다면, 이제부터는 기획사-프로듀서 및 프로듀서-프로듀서 간 마찰도 고려해야 한다. 걱정거리가 늘었다는 점에서 인적 리스크는 더욱 확장됐다고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노이즈와 관련해 주가가 한동안 변동성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어도어 이슈로 인해 당분간 하이브 주가는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가장 중요한 뉴진스의 향후 활동에 관해서는 뉴진스의 전속계약권이 하이브에 귀속돼 있어 예정된 일정을 포함한 향후 활동은 정상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확인되는 민희진 등의 지분은 약 20%, 하이브 보유 지분은 80%로 상식 선에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시장에서는 어도어 내 민희진 배제 혹은 어도어가 보유한 뉴진스 배제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단 상반기 예정된 뉴진스의 컴백과 팬미팅 등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뉴진스의 활동이 중단되더라도 올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1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연간 앨범 판매량 500만장, 팬미팅 모객 10만명, 이외 MD(상품기획)·광고 출연 등 기타 IP(지식재산권) 매출을 포함해도 내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10%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게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한편,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분쟁에도 어도어 소속 그룹 뉴진스는 컴백 프로모션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뉴진스는 전날 공식 소셜 미디어에 새 더블 싱글 '하우 스위트(How Sweet)'의 재킷 사진을 공개했다.
김경택 기자(mrkt@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