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기'의 부메랑…글로벌세아, 24년 만의 적자
M&A 자금 충당 결과…차입금 2조 육박
쌍용건설 세아STX엔테크 태림페이퍼 줄인수
이 기사는 04월 22일 09:1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세아 빌딩
글로벌세아 빌딩
세계 최대 의류 주문자 생산기업인 글로벌세아가 24년 만에 처음 당기순손실을 냈다. 2018년부터 쌍용건설, 세아STX엔테크, 태림페이퍼 등을 줄줄이 인수하면서 조달한 차입금이 화근이었다. 지난해에만 이자비용으로 1000억원을 넘게 내면서 실적을 갉아먹은 영향이 컸다. 조만간 전주페이퍼·전주파워를 인수하는 이 회사는 추가로 상당한 차입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글로벌세아는 지난해에 20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공시로 실적을 밝힌 1999년 이후 처음 순손실을 낸 것이다.
글로벌세아의 지난해 매출은 4조648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9.0%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매출원가가 불어난 영향으로 35.8% 감소한 116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섰지만 순손실을 본 것은 불어난 이자비용 탓이 크다. 지난해 영업외비용으로 잡힌 이자비용은 1084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554억원)에 비해 2배가량 불어난 결과다. 지난해 시장금리가 치솟으면서 이자비용이 큰 폭 불었다.
이자비용이 불어나고 손손실을 본 것은 이어진 인수합병(M&A)과도 맞물린다. 인수자금 일부를 차입금으로 충당한 결과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1조8734억원에 이른다. 인수합병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8년 4996억원에 비해 4배 가까이 불어난 결과다.
글로벌세아는 세아상역과 태림페이퍼 등을 거느린 글로벌세아그룹의 지주회사다. 김웅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글로벌세아는 1988년 출범한 회사로 세계 1위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의 주력 자회사인 세아상역은 의류업체인 갭, 칼하트는 물론 월마트 등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의류를 제작해 공급한다. 중남미와 동남아를 비롯한 전 세계 8개국에 볼제공장 30개가량을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의류사업으로 쌓은 현금으로 2007년 의류업체인 인디에프(옛 나산)를 인수했다. 이어 업종 다각화를 위해 건설·플랜트·제지 업체를 줄줄이 사들였다. 2018년 STX중공업의 플랜트 사업 부문을 180억원에 매입해 세아STX엔테크를 세웠다. 2020년 국내 1위 골판지 상자 제조기업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을 7300억원에 인수했다. 2022년에는 유상증자로 1500억원 출자 등을 거쳐 쌍용건설 경영권을 인수했다.
글로벌세아는 태림페이퍼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4000억원을 차입하는 등 차입금이 큰 폭 불었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53.4%로 전년 말에 비해 14.5%포인트 상승하기도 했다. 인수한 회사가 적자를 이어간 것도 글로벌세아 실적을 갉아 먹었다. 세아STX엔테크는 지난해 50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75억원 순손실)에 이어 3년 연속 순손실 행진이다.
이 회사는 전주페이퍼·전주파워 인수작업도 추진 중이다. 이 회사의 자회사인 태림페이퍼는 전주페이퍼·전주파워의 최대주주인 모건스탠리PE와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금액은 6500억원이다. 인수금액 상당액은 차입금으로 충당한다.
김익환 기자(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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