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이 기지개 켰다"…센터장들 "삼전 우상향" 한 목소리[10만전자 언제]③
"매분기 증가할 실적, 주가 반영되겠지만…견조한 수요·엔비디아 영향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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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오랜 기간 7만 원대 늪에서 허우적대던 삼성전자(005930)에 드디어 봄이 왔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10만 원부터 12만 원까지 잇달아 올렸고, 투자의견 '매수'를 내걸었다. 증시 전문가들도 삼성전자 주가가 우상향하리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엔비디아 향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이 순항하고,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게 회복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6일 약 2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8만 원대에 진입했다. 지난 1년 반가량 7만원대에 머무르던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9일 이후 8만 원대에 완전히 안착했다. 지난 4일에는 장 중 8만 5500원까지 오르며 2021년 4월 8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2주 만에 약 8%가량 상승했다.
장기간 지지부진했던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고공행진한 것은 실적 회복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섰던 대규모 감산이 효과를 발휘하며 메모리 가격이 급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D램과 낸드 가격은 하락을 멈추고 상승 전환했다. 여기에 엔비디아 향 공급 가능성이 거론되며 그동안 열세로 인식됐던 HBM 시장에서의 격차 해소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다. 현재 엔비디아는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HBM3E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긴 겨울잠에 빠졌던 것처럼 무기력했던 거인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며 "HBM3의 주 고객사 납품이 시작되는 등 진전이 나타났고, HBM3E 8단은 경쟁사 대비 약간 늦어지고 있으나 12단에서 격차를 극복하거나 또는 앞설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한다"고 분석했다. 목표주가도 10만 7000원으로 상향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방 수요의 뚜렷한 회복 시그널은 아직 포착되지 않았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전년 대비 수요 회복이 나타날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는 10만 원으로, 업황 회복 속도에 따라 상승 모멘텀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시기나 정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지만, 현시점에서의 주식 매수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황승택 하나증권 센터장은 "밸류에이션 상으로 히스토리컬 주가순자산비율(PBR) 밴드 평균 정도이기 때문에 업황을 감안하면 부담스럽지 않은 위치"라며 "실적은 2~4분기 매 분기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주가가 이를 선반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삼성전자는 학습과 추론용 HBM3/3E와 추론용 GDDR7까지 공급하면서 AI반도체 업체들의 맞춤 수요를 충족할 것으로 보이고, 실적이 내년에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목표 주가는 9만 5000원으로 제시했고, 8만 원 초반대로 산다면 좀 더 투자 성과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견조한 반도체 수요와 엔비디아 향 공급 계획의 순항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하 전망이 둔화할 경우 삼성전자 주가 흐름도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5일 미국 반도체주가 금리 인하 배제 가능성에 급락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1분기 호실적 발표에도 0.94% 내린 바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수요가 견조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메모리 업황의 우상향 방향성이 둔화할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며 "매크로 이슈를 제외해도 경쟁사들의 강도 은 증설과 HBM 퀄 통과 지연, 예상보다 길어지는 데이터센터 고객들의 메모리 재고 조정 등이 주가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000660)와의 밸류에이션 격차 축소를 예상하고 있으나, 반도체 업종 전반적인 주가는 엔비디아의 5월 하순 실적발표 내용 확인 후 새로운 방향성을 형성할 것"이라며 "시기적으로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매수 타이밍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박승희 기자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