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검색하면 우리 회사부터 뜨게”… 리브랜딩 나서는 운용사들
KB운용도 리브랜딩 추진… 지난달 업체 선정
최상단 노출 브랜드명이 유리하다고 판단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잇달아 ETF 브랜드 교체에 나서고 있다. 직관적인 브랜드로 고객 선호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인데, 하나같이 ‘A’나 ‘1′처럼 ETF 검색 시 상단에 위치하는 글자로 시작하는 브랜드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앞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KINDEX’ 브랜드를 ‘ACE’로 교체한 전략이 통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뉴스1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하나자산운용은 ‘하나1Q 머니마켓액티브’ ETF를 출시하면서 ‘KTOP’이란 브랜드명을 ‘1Q(원큐)’로 변경한다. 현재 상장된 KTOP ETF 4종(단기금융채액티브·차이나H(H)·K200액티브·25-08 회사채(A+이상)액티브)도 모두 1Q로 이름이 바뀔 예정이다.
1Q는 하나금융그룹의 디지털 플랫폼 브랜드명이다. 하나운용은 하나금융그룹 통합 브랜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1Q를 택했다. 동시에 또 하나 누릴 수 있는 효과가 있다. ‘1′로 시작하다 보니 기존 ETF 브랜드 중 최상단에 오를 수 있다. 현재 검색창에 ETF를 치면 최상단에 오르는 브랜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인데, 하나운용이 이름을 바꾸면 숫자로 시작하는 ‘1Q’가 가장 위를 차지하게 된다.
국내 시장 점유율 3위(2월 기준 7.6%)인 KB자산운용도 기존 KB금융그룹 브랜드인 ‘KBSTAR’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부터 브랜드명 변경을 추진 중인 KB운용은 ‘ABLE’ 등을 새 브랜드명 후보에 올렸다가 올해 초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가 신규 선임된 후 재검토 중이다. KB운용은 지난해 ETF 리브랜딩과 관련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공고한 뒤 지난달 업체 선정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KB운용은 올해 영입된 김찬영 ETF사업본부장이 리브랜딩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본부장은 2022년 한국투자신탁운용 재직 당시 ‘KINDEX’ 브랜드를 ‘ACE’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총괄한 인물이다. 한투운용은 2022년 10월 리브랜딩 이후 점유율이 4.0%(순자산총액 3조895억원)에서 지난 2월 기준 5.3%(7조215억원)로 커졌다.
브랜드명 교체뿐만 아니라 ETF 상품명 자체에 차별화를 두려는 움직임도 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하반기 비만치료제 ETF를 출시 예정으로,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올해 테마형 ETF 중 비만치료제 테마는 특히 인기다. 지난 2월 삼성·미래에셋·KB자산운용에서 관련 ETF가 출시된 후 전날까지 개인 자금 약 900억원이 몰렸다.
타임폴리오운용은 해당 상품명에 ‘비만’·'치료’ 등의 단어를 쓰지 않을 예정이다. 고객들의 투자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불로장생’ 등을 후보로 내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장된 비만치료제 ETF는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KBSTAR 글로벌비만산업TOP2+’·'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 등이 있다.
강정아 기자 jenn1871@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