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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경제 넘어서 달리는 日증시 … M&A 시장까지 ‘붐’ 왜?

일본 주식시장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지수가 최근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일본 M&A(인수합병) 시장도 덩달아 활기를 띄고 있다.

증시 활황·경제 회복에 이어 일본 정부가 주주친화적 M&A 제도를 도입하면서 M&A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침체된 국내 M&A 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일본과 같은 M&A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전세계 M&A 거래액은 지난해 3조2000억원 달러로 2022년 대비 15% 감소한 반면, 일본 M&A 거래액은 지난해 1230억 달러 2022년 대비 23% 증가했다.

마쓰이 증권의 구보타 도모이치로 수석 시장 분석가는 “일본의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현재도 마이너스금리), 코로나 이후 기업활동 정상화 등이 대규모 경영권 거래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일본 M&A 최대 ‘빅 딜’은 반도체 업체 도시바 인수(2조엔)였다.

일본 대기업 연합펀드인 ‘일본산업파트너스(JIP)’ 컨소시엄이 도시바를 인수했고, 이후 도시바는 효율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지난해 말 상장폐지했다.

이밖에도 반도체 소부장 기업으로 유명한 JSR을 일본 국부펀드가 인수한 건(1조엔), 일본 대형제약 회사인 다이쇼제약이 상장폐지를 위해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건(7100억엔) 등이 대표적인 빅 딜이었다.

일본 M&A가 활성화된 이유는 기업경영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4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디플레이션 시대에서 인플레이션 시대로 넘어가면서, 기업들은 비용절감이 아니라 新성장전략을 찾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서 M&A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매각수요도 많다.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의 아시아 관리 파트너인 데이비드 그로스는 “일본 주식 시장은 최근 꽤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양호한 환경은 창업자들과 소유권이 집중된 사람들이 매각을 고려하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자금의 탈중국·일본 투자 현상도 M&A 활성화의 비결이다.

아시아펀드를 운영 중인 대표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MBK파트너스가 일본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일례로 MBK파트너스는 유니맷(노인요양 서비스 업체·3700억원) 히토와홀딩스(헬스케어 기업·8195억원) 등 일본 실버산업에 지난해 투자했다.

일본 정부는 M&A 활성화 정책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글로벌 로펌인 Morrison Foerster(모리슨 포스터)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2005년 M&A 가이드라인선 ‘기업가치’를 소비자, 공급망 체인, 종업원까지 확대해석해서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M&A에 반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18년만에 개정된 2023년 M&A 가이드라인선 기업가치를 지분가치·순부채로 상정해 주주의사 중심으로 M&A를 하도록 권고했다.

반면 일본과 달리 국내선 M&A 시장이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M&A 전체 거래 규모(50억원 이상 경영권 거래 기준)는 30조6458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2021년 대비 57%가 감소했다.

연초부터 HMM(6조4000억원) SK케미칼 제약사업부(6000억원)폴라리스쉬핑(4000억원) 송원산업(3000~4000억원) 등 주요 M&A 딜들이, 가격에 대한 시각차, 매각 측의 변심 등 다양한 원인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에 더해 국내선 투자하기 더 까다로운 환경이 조성될 예정이다.

올해 7~8월 시행될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기업 내부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상장법인의 임원이나 주요주주의 주식 거래시 해당 내용을 1~3개월 전 공시하는게 골자다.

IB업계선 내부자 범위를 좁혀야 한다고 말한다. 10% 이상 소수지분 투자의 경우도 기업에 사외이사를 파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내부자로 볼 경우, 향후 지분 매각전략 등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바이아웃부터, 소주지분 투자, 블록딜(장외대량매매) 등이 모두 제도 영향권”이라며 “투자자를 어느 정도 보호하는 방향 내에서 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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