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신고가!" 천정부지 금값…은값은 "애걔?" 주춤하는 이유
[편집자주] 2022년 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전 세계 증시가 충격을 먹었습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넘쳐 났지만 한편에선 원자재 수퍼사이클을 기회삼아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꼼꼼히 분석해 '원린이'들의 길라잡이가 돼 드리겠습니다.
금 가격이 고공행진한다. 금리 하락을 예상한 각국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금을 사들이고 있어서다. 반면 같은 귀금속 투자자산으로 분류되는 은과 팔라듐 가격은 주춤한다. 원자재 투자 전문가들은 귀금속이 안전자산이라 할지라도 개별 원자재의 특성을 보고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8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4월 금 선물가격은 직전 거래일보다 10.8달러(0.5%) 오른 온스당 2169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금 가격은 장중 온스당 2171.5달러까지 올라가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반영되면서 금 가격이 상승 탄력을 받는다. 금은 통상 실질금리와 반대되는 흐름을 보인다. 미국의 실질 금리 지표로 사용되는 10년물 국채금리(TIPS) 수익률은 지난해 10월 2.5%를 상회했으나 현재 1.8%대로 내려왔다.
신흥국의 '골드러시'도 계속된다. 세계 최대 금 수요국인 중국은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의 금 보유량은 7258만온스로 전달보다 39만온스 증가했다. 16개월 연속으로 금을 매입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제조업지수, 생산 지표들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오히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긍정적인 인식이 생겨 금 가격이 올랐다"며 "위험 회피형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금 보유 비중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반대로 은, 팔라듐 가격은 주춤한다. 은과 팔라듐은 금과 함께 원자재 시장에서 귀금속 투자자산으로 꼽힌다. 은 가격은 올들어 2.45% 오르는 데 그쳤다. 팔라듐은 오히려 같은 기간 5.15% 하락했다. 팔라듐 가격은 지난해 12월 온스당 940달러 선까지 추락해 5년 내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은과 팔라듐은 금과 다르게 산업용 수요가 많다. 최근의 경기 침체가 이들 자산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 은 협회(Silver Institute)에 따르면 2022년 은의 주요 용도는 △산업용 47% △투자자산용 28.23% △귀금속 가금용 18.84% △은 제품용 5.92% 등이다. 팔라듐은 휘발유 차랑용 매연저감장치 촉매제에 주로 쓰인다.
귀금속 원자재 가격이 차별화되면서 관련 투자상품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금 가격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 수익률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안전자산임에도 대부분 10% 이상의 수익을 낸 것. KRX 금 현물가격 지수를 추종하는 ACE KRX금현물 ETF는 1년 동안 19.79% 상승했다. KODEX 골드선물(H)(11.23%), TIGER 골드선물(H)(10.8%) 등도 성적이 좋았다.
반면 팔라듐 가격지수를 따라가는 ETF의 수익률은 좋지 않았다. KBSTAR 팔라듐선물(H) ETF의 최근 1년 하락률은 31.9%였다. 반면 팔라듐 가격지수를 거꾸로 추종해 수익을 내는 KBSTAR 팔라듐선물인버스(H) ETF는 같은 기간 18.27%의 수익을 냈다.
귀금속이 안전자산이라 하더라도 다른 투자자산에 비해 변동성이 큰 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원자재 상품 투자시 개별 상품 위주로 투자하고 자산별 특징을 잘 따져봐야한다고 조언한다. 금 가격도 최근 과도하게 상승해 향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 급등을 뒷받침할 만한 거시경제 이슈가 부재했다"며 "역대 최고치에서 추가 상승이 가능한 환경이라고 판단하기 어렵고 시장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단기 과매수 상태에 대한 되돌림 약세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