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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회사가 건설사 인수하며 진 빚, 개미한테 갚아달라 손 벌리더니…

디와이디 BW 청약, 250억원 물량 중 10%만 청약
주관사 실권 물량 전량 인수... 대신 高수수료 수취
경쟁력 약화에 대규모 주식 발행시 오버행 우려

코스닥 상장사 디와이디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다. 디와이디는 릴리바이레드 등 화장품 브랜드 운영사인데, 2022년 돌연 건설사 삼부토건을 인수한 바 있다. 당시 생긴 빚을 갚겠다며 상장 후 처음으로 공모시장 자금 조달을 택했는데 역시나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250억원 물량 중 90%가 실권했다.

그럼에도 디와이디의 자금 조달은 진행됐다. 실권 물량 전량을 대표 주관사인 상상인증권이 떠안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상상인증권이 실권 물량 인수 시 인수금액의 10%를 실권 수수료로 받기로 하면서 자금 사용목적 후순위였던 신제품 개발 등 운영 비용은 절반 이하로 줄게 됐다.


디와이디 색조 화장품 브랜드 릴리바이레드. /디와이디 제공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디와이디는 지난달 말 BW를 발행해 약 223억원을 조달했다. 당초 총 250억원을 모집, 발행제비용 약 5억원을 제외한 245억원을 모집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상상인증권에 수수료로 22억원을 추가로 지급하며 조달 금액이 대폭 줄었다.

구주주와 일반 공모 청약 금액이 25억원(10%)에 그치면서 발생한 90% 실권이 수수료 증가로 이어졌다. 디와이디는 청약 미달로 대표 주관사인 상상인증권에서 실권 물량을 인수하게 되는 경우, 실제 인수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실권 수수료로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디와이디는 최초 주주우선공모로 모집금액 250억원의 100%를 구주주 청약으로 모집하려 했다. 신주인수권증권(워런트)과 채권을 동시에 제공하는 ‘분리형 BW’로 주당 행사가액 676원에 만기이자율 5%로 설정했지만, 청약 결과 전체의 9.3%인 23억원 모집에 그쳤다.

이후 디와이디는 BW 발행을 일반공모로 전환해 지난달 16일부터 17일까지 일반 투자자 청약에 나섰지만, 결과는 더 처참했다. 일반 투자자 16명이 1억7700만원어치를 청약했다. 구주주 청약분을 제외한 배정 물량의 0.7% 수준으로 ‘전량 미매각’이라 해도 무방했다.

시장에선 디와이디의 이번 BW 발행은 처음부터 대규모 실권이 예정됐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조달 자금 250억원 중 200억원을 채무 상환에 쓴다고 밝히면서다. 화장품 유통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마케팅, 신제품 개발 등 본업 경쟁력 제고에는 50억원만이 책정됐다.

특히 채무 상환용 200억원은 구체적으로 주식담보대출과 5회차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대응하는 목적으로 각각 100억원씩 책정됐다. 이는 앞서 2022년 삼부토건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끌어온 돈으로, 주주에게 빚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일었다.

디와이디는 릴리바이레드를 보유한 화장품 브랜드 개발·유통 전문기업 자안코스메틱이 전신으로, 이일준 대양산업개발 회장이 2021년 9월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며 현재 모습을 갖췄다. 이후 이 회장은 디와이디를 앞세워 법정관리 등 부침을 겪은 삼부토건을 인수했다.

삼부토건은 국내 1호 토목건축공사업 면허를 보유한 중견 건설사다. 경영난으로 수차례 최대 주주가 바뀌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총자산 100억원대인 디와이디가 인수하기엔 몸집이 50배에 이르렀다. 디와이디는 외부 차입으로 삼부토건을 인수해 BW로 자금을 돌려막는 셈이다.


삼부토건. /연합뉴스

여기에 신주인수권 행사로 발행 가능한 주식 수가 3698만4089주로 현재 발행 주식의 70.7%에 달하는 점, 또 신용평가사들이 공모 BW의 신용등급을 ‘B-’(투기적)로 판단, 채권 이자를 기대하고 투자하기에도 위험부담이 컸던 점이 흥행 실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와이디 측은 “BW로 조달한 자금을 채무 상환에 활용, 이자 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주인수권이 행사될 경우 자본 확충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투자자들은 디와이디의 본원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한 셈이다.

디와이디는 2022년 04월에 종합건설업 면허를 취득해 삼부토건과의 사업 시너지를 노리고 있지만, 건설업 불황으로 부진은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61억원이었던 건설매출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4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나마 본 사업인 화장품 매출이 증가, 부진을 만회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디와이디가 공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건 지난 2017년 상장 이후 처음 있는 일이지만, 자금은 모두 빚을 갚는 데만 쓰이게 됐다”면서 “화장품 브랜드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에 쓸 수 있는 돈은 당초 계획의 절반도 안 되는 23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디와이디는 오버행(잠재적 과잉 물량) 불안도 안게 됐다. 상상인증권이 미청약 실권 물량 225억원어치를 인수하면서 떠안은 주식 물량이 행사가액 676원 기준으로 3328만5680주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재 디와이디 발행주식 총수(5228만6445주)의 63.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배동주 기자 dont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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