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리더에게 듣는다④]"삼성 등 대기업, M&A 활발해질 것"(종합)
길기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장이 바라보는 2024년 M&A(인수합병) 시장 전망이다. 경기침체 지속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배터리, 로봇, 바이오 등 신사업에 전략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내외 관련 업체와 합작회사(JV, 조인트벤처) 설립 등 다양한 종류의 M&A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에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이어 LIG넥스원이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로봇 개발 및 제조업체인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를 추진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해외로 눈 돌리는 韓 기업..크로스보더 M&A 이뤄질 것
길 본부장은 11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우리는 그동안 4차산업을 이야기해왔지만 이로 인한 변화는 미미했다. 테슬라 등 새로운 양식의 회사가 자동차 산업에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로 뛰어들고 생성형AI(Gen AI)가 등장하면서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수익 창출과 비용 절감의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기업은 개선이 아닌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M&A가 올해의 화두로 떠오를 수 밖에 없는 배경"이라고 밝혔다.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이 노멀(보통 기준)이 된 만큼 한국 기업의 전략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합종연횡성의 합병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 내 1~3위만 살아남는 이른바 '톱티어(Top-Tier) 생존 시대'여서다. 중후장대 산업인 자동차부품, 수주산업인 건설, 금융쪽의 합병이 화두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AI 분야도 예외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국내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대형 M&A딜에 많이 참여하지 않았다. 이미 한국 내에서는 M&A 시장을 통하지 않고서도 탄탄한 시장 입지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다 더 적극적인 성장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배경"이라며 "크로스보더(국경간 거래) M&A를 위주로 로보틱스,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아웃바운드(해외) 투자가 이뤄지고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딜(거래)도 올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다. 금리전망에 근거해보면 2023년보다 나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자금경색과 거래위축은 고금리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부동산 시장의 키(Key)를 금리가 쥐고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봇(금융정책 방향 전환) 선언이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4월 총선 이후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여기에서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대기했던 펀드 자금 등 해외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 유동성 부족을 메우면서 딜이 이뤄질 것"으로 봤다. 주로 메자닌(중순위)에 투자하는 해외 자본들이 부동산 PF 시장이 정리되는 동안 유동성을 수혈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밸류에이션 갭(가치 차이)'을 어떻게 좁힐지가 실제 딜 성사의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IMF(국제통화기금) 관리 체제의 기억이 강력해서다. 금융위기때도 한국 시장의 자산에 짧게 영향을 미친 만큼, 단기적 쇼크로 인한 기업가치(EV) 및 자산평가가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원매자에게 있단 설명이다.
그는 "현재의 경제사정을 봤을 때는 방향이 바뀔 수 있는 큰 웨이브가 오지는 않는 것 같다. 출산율 등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우리 경제가 서서히 내려앉고 있는 모양새"라며 "매도자의 입장에서 희망 사항을 고수할 수는 없다. 올해부터 경제적 예측, 전망치가 조금씩 보일 수 있는 만큼 매도자와 원매자간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곳만 살아남을 것으로 진단했다. 펀드 레이징의 양극화로 유동성 갭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재무적투자자(FI)들의 활동이 2023년에 거의 중단된 모습이다. 다만 2024년에는 포트폴리오 가치제고를 위한 볼트온(유사 업체와 인수합병으로 시너지를 내는 것), 대기업의 사업부 분사 등 포트폴리오 이관 등에 대한 투자에 대한 압박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유동성이 필요하다. 유동성이 부족한 '플레이어'들은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사모펀드 운용사간 포트폴리오를 거래하는 세컨더리 M&A는 진작 활성화되어야 했지만, 경기 침체 등으로 투자자(LP)들도 매각 지연에 동의해 손실 확정을 늦출려는 부분이 있다. 마켓이 안정화되면 새로운 투자 방식의 일환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어 "일반적인 M&A 시장과 구조조정 등 회생 M&A가 구분되지 않는 시대가 왔다"며 "청산가치로 거래하기 이전에 M&A로 딜이 나오는 등 스페셜 시츄에이션(특별 상황)이 시장에서 소화되는 방식으로 변화가 이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제적 대응으로 '딜' 발굴..M&A, 전문가보다는 '결과'로
이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재무자문본부는 올해 선제적인 '딜' 발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Pre-Deal(사전 딜) 단계에서 자문을 통해 딜 기회를 모색하고, 거래를 창출한다. 산업전문가와 M&A 전문가를 한 팀으로 묶어 섹터에 대한 전문성을 높였다. M&A 자문 부문에서 전략수립, 딜 실행, 인수 후 통합(PMI) 등 M&A 전과정을 고객에게 최적화된 E2E(End-to-End) 플랫폼을 통해 제공한다. 바이오·헬스케어, 미디어, 지적재산권(IP), 테크 등 전담조직이 대표적이다. 별도의 자회사를 통해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자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부동산·인프라 부문은 호텔, 물류, 오피스, 리테일, 개발사업 등 분야에서 서비스 전문화를 이뤘다. 또한, 에너지팀, 도로·항만팀 등으로 확장 중이다.
그는 "고객은 M&A 전문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원한다. 맨데이트(책무 및 딜 유효기간·mandate)를 받은 후 실사, 매각자문 등 과정은 고객 입장에선 단편적인 절차"라며 "이제는 섹터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지 않으면 놓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도자, 원매자가 만든 딜에 참여하는 것은 레드오션을 넘어 블랙오션이다. 딜을 공격적으로 개발해야한다. 왜 팔아야 하는지 왜 사야하는지 충분히 고객을 설득시키고, 시장으로 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실사, 인수자문에 강했는데 올해는 CF(코퍼레이트파이낸싱, 매각 자문) 커뮤니티의 성공적인 안착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23년 12월 초에는 CF 커뮤니티를 킥오프했다. 그가 직접 CF 이사급들의 딜을 관장, 티저레터(투자설명서)의 질(質)을 높이기로 했다. 획일적인 매각 티저레터가 아닌 각 원매자 맞춤형 정보 제공을 위해서다. 케이스스터디도 정기적으로 개최, 매각자문 인력의 실력을 높이기로 했다.
길 본부장은 "1~2년 내 CF 커뮤니티의 인력을 파트너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이 나쁜 만큼 회계법인 어드바이저리(자문)로서 격차를 대폭 줄이고 도약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며 "지금처럼 고민이 많은 시기에는 단초를 제공해야 고객의 의사결정이 빨라진다. 이를 통해 매도자와 원매자간 딜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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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귀 기자 (gg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