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8층입니다, 구조대 오나요?”…‘2년만에 본전’ 개미들 흥분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그룹 관련 공모펀드 중 순자산규모가 가장 큰 KODEX 삼성그룹 ETF에는 최근 일주일새 497억원의 순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한달간 유입금액이 889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1개월 유입액의 절반이 넘는 규모가 1주 동안에 몰린 것이다.
지난 20일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52주 신고가 행진을 시작하자 투자자들이 삼성그룹 대표 ETF에도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한 결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상장된 이 ETF는 삼성그룹에 소속된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 계열회사 중 유동성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종목들을 시가총액 비중으로 편입한다.
삼성그룹주 섹터로 분류되는 전체 공모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순자산총액(AUM)이 1조원이 넘는 최대 펀드인 만큼 삼성에 베팅하는 시장 분위기가 조성되면 곧바로 몸집이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26일 기준 해당 ETF의 AUM은 1조2413억원에 달한다.
구성종목은 이날 기준으로 삼성전자 비중이 25.85%로 가장 높고, 삼성SDI(17.66%), 삼성바이오로직스(10.11%)에 이어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화재, 삼성SDS 등을 각각 5~9%씩 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편입금액(추정)이 3221억원으로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삼성전자를 담고 있는 ETF 79종 중 8번째로 높다.
이날도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거래일 대비 1.83% 오른 7만8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월 13일 종가 기준 7만7900원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지며 ‘8만 전자’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
올초 5만5500원으로 출발한 삼성전자 주가는 7월초 7만원대를 찍었지만, 이후 11월 초까지 6만원대로 수시로 떨어지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 11월9일 7만300원을 시작으로 ‘7만 전자’ 타이틀을 계속 유지하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달간 주가 상승률은 9.39%에 달한다.
내년부터 수요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HBM 시장 확대 효과를 삼성전자가 고스란히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에도 반영된 결과다. HBM은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이 집중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버 구축을 위한 필수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북미 지역 클라우드 업체들이 인공지능(AI) 서버 신규투자를 확대하고 나서면서 엔비디아, AMD 등 주요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이례적으로 선수금까지 지급할 정도로 HBM 물량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들이 내년 HBM 생산 능력을 2배 이상 늘려도 수요를 충족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3E 제품인 ‘샤인볼트’ 샘플을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보내 테스트를 받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HBM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9%에서 내년 19%까지 확대되고, HBM 시장 규모는 올해 15억 달러에서 2025년 56억 달러로 3.7배 커질 전망”이라며 “내년 HBM 시장은 양산 경쟁력을 갖춘 업체의 높은 점유율 확보가 전망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중심의 독과점적인 공급구조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호조도 영향을 미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감산 이후 공급자 우위로 돌아선 메모리 반도체는 과잉 재고 소진과 함께 가격 상승 탄력이 강해지는 업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뛰면서 그간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던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익률도 플러스로 돌아섰다.
거래소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수익률이 -2.27%이던 KODEX 삼성그룹 ETF의 경우 최근 1달간 3.61%로 반전됐다.
KODEX 삼성그룹밸류 ETF와 ACE 삼성그룹섹터가중 ETF, 일반 공모펀드인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 1[주식]과 한국투자삼성TOP3증권자투자신탁 1(채권혼합)도 최대 -3%대였던 6개월 기준 수익률이 최근 한달새 최고 3.7%까지 뛰었다.
김태성 기자(kts@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