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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아니면 쪽박?'…개미들 몰린 '연예인 테마주'의 결말 [신민경의 테마록]

돌고 돌아 다시 '연예인'입니다. 뜬금 없이 어느 연예인에 대한 팬심 고백이냐고요? 최근 주식시장을 주무르는 테마주들을 두고 한 말입니다. 국내 증시에서 주도주가 부재한 가운데 초전도체와 맥신, 양자컴퓨터, 비트코인 등 각종 테마가 다녀갔는데요. 이들이 떠난 자리에 10년도 더 전부터 인기몰이를 했던 '연예인 테마주'가 강력하게 출현했습니다.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테마주들이 기업의 본질 가치와 무관하게 급등락을 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자칫 '폭탄 돌리기'식 현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의 마케팅 플랫폼사 와이더플래닛은 전일 5.78% 내린 2만20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주가는 이날만 부진했을 뿐입니다. 와이더플래닛의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656% 올랐습니다. 이달 총 13거래일(거래정지일 제외) 중 무려 8거래일이 상한가 기록을 냈는데, 특히 이달 8일부터 20일까지는 7거래일 연속으로 가격제한폭까지 뛰었습니다. 다만 이달 21일 강보합을 거치며 일단 폭등세는 진정된 상태입니다.

와이더플래닛의 주가 상승의 배경엔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이 있습니다. 지난 8일 운영자금 19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는데, 신주 배정 대상자에 이정재와 정우성이 포함된 겁니다. 이정재와 정우성은 각각 100억원, 20억원씩 유상증자에 참여했습니다.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의 투자는 '잭팟' 수준으로 성공적인데요. 두 배우는 증시에서 '흥행 보증수표'가 된 셈입니다.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은 3185원으로 보호예수 기간은 1년입니다. 신주 상장일인 이달 28일까지 22일의 종가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의 주식 평가액은 각각 691억원, 138억원으로 약 7배 불어난 셈입니다.

이정재와 연결된 테마주는 또 있습니다. 이정재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제법 친한(?) 동창이란 사실이 시장에서 부각되면서 수년째 공개 연애 중인 임세령 부회장의 '대상홀딩스우'를 대표적 한 전 장관 테마주가 된 겁니다. 이 우선주는 사진이 공개된 다음 날부터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사진 공개 직전 7670원이었던 주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타며 이달 19일 장중 6만5300원을 터치했습니다. '동창생 기대감'만으로 한 달도 안 돼 751% 폭등한 겁니다.

지난 1년간 1만원 주변만 맴돌던 주가가 5만원, 6만원대로 뛰었습니다. 달콤함이 큰 만큼 대가도 큰 법입니다. 테마주의 영역에 편입된 이 주식은 최근 다시 3만원대로 내려왔다가 지난 18일 다시 상한가를 가는 등 높은 변동성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거래정지에 놓여진 상태입니다.

과거에도 증시를 반짝 리드했던 '연예인 테마주'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대부분 연예인이 주주로 참여한 경우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유명 연예인 자신이 직접 지분을 취득했단 사실은 연예인이 그 기업의 '간판' 역할에서 나아가 주주들에게 기업의 여정에 발을 들인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과 다른 점은 있습니다. 최근 연예인이 직접 '큰 손'으로 나서 다양한 업권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면 과거에는 해당 연예인이 속한 엔터테인먼트사에 한해 주가가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2005년 골프공 생산업체로 시작해 엔터테인먼트사로 본업 전환을 한 기업 '팬텀'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엔터주 열풍 속 강호동과 임창정, 박경림 등을 대거 영입했고 배우 이병헌, 이정재, 신은경 등이 속한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 등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확 키웠는데요. 이 과정에서 주가는 그 해 연초 주가 310원에서 10월 26일 4만4250원으로 142배 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익 적자와 경영진 횡령혐의 등 문제가 끊이질 않더니 '본업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게 됐습니다. 주가는 본래 가격으로 회귀했고 2009년 코스닥에서 퇴출됐습니다.

주식시장에는 이 밖에도 별의별 특징주들이 등장했었는데요. 제이튠엔터테인먼트(현 JYP엔터테인먼트) 주가는 가수 비(본명 정지훈)가 최대주주였을 당시 비 행보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공연 무산으로 인한 손해배상 판결이 나자 하한가를 맞는가 하면 미국 액션스타상 수상, 군입대 연기 소식 등에는 크게 올랐습니다.

가수 뿐만이 아닙니다. 2011년 KBS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1박2일'에서 방송인 강호동이 하차 의견을 밝히자 그의 JTBC 이직설이 불거지며 제이콘텐트리(콘텐트리중앙)가 폭등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때아닌 강호동의 '조폭설'이 언급되자 주가는 하락했습니다. 이듬해에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비티엔아이여행그룹(현 SM C&C)이 배우 김민종을 사외이사로 맞는다는 소식에 강세를 보였습니다.

일부 사례만 봐도 미뤄볼 수 있듯이 한때 '대박'을 쳤던 이들 연예인 테마주들의 결말은 대체로 '쪽박'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점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섣부른 테마주 편승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폭탄 돌리기'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폭탄이 언제 터질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자산운용사 한 대표는 "연예인의 주식 보유는 안정적이지 않은 편이며 이들을 '간판'처럼 여겨 들어갔다가 개미들만 손해를 볼 수 있다"며 "테마주를 활용한 단기매매 자체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피해야 하는 투자'는 맞다. 급락 시기를 잡기 어렵기 때문에 손실이 단 번에 커질 수 있어서다. 이득 보는 투자보다 어려운 게 잃지 않는 투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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