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대 은행 예금 곧 사라진다” 시중자금 은행으로 갈까, 증시로 옮길까 [머니뭐니]
다만 일각에서는 이 돈이 은행으로만 흘러들어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내외 경기 회복 흐름과 통화정책 긴축 종료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 게다가 국내 증시에서의 공매도 금지로 확대된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자금의 움직임 결정을 주저하게 하고 있다.
현 4%대 예금금리는 ‘정점’…“수신금리 ‘인상’은 없을 것”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55조9742억원으로 전월 말(842조2907억원)과 비교해 13조6835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 들어 가장 빠른 월별 증가세다. 특히 지난 9월 중 정기예금 잔액이 2조6000억원가량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추세가 뒤바뀐 셈이다.
이같은 추세는 지난달 주요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인기를 끌었던 은행권 1년 만기 정기예금의 만기가 오는 4분기에 몰리며, 이를 재확보하려는 은행들의 움직임은 수신금리 경쟁으로 격화됐다. 동시에 조달비용을 좌우하는 채권금리도 우상향 추세를 이어갔다. 이에 지난 9월 최저 3.4% 수준이었던 5대 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는 이날 기준 최저 4%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현재 금리 수준이 ‘정점’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경제 악화 요인으로 은행의 ‘이자장사’를 지적한 가운데, 대출금리 인상을 우려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수신금리 경쟁 자제를 압박하고 나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자금 재확보가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금융당국의 경고가 있는 상황에서 수신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는 시각이 나타나며 채권금리도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은행채(5년, AAA) 금리는 4.523%로 5%대에 육박했던 지난달 26일(4.81%) 이후 불과 10일 만에 0.3%포인트가량 줄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을 완화했다. 채권시장을 통한 조달 물꼬가 트일 경우, 수신금리 경쟁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다.
급등했다 하루만에 급락한 증시…불확실성 확대에 대기자금 늘어나나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연합]
은행권에서는 올 4분기에 집중된 정기예금 만기 도래분 재확보가 필요한 상황인데 주변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 곧 4%대 예금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대표적인 대안 투자처인 주식시장이 등락을 거듭하면서 ‘대기자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역(逆)머니무브’로 흘러들어온 정기예금 자금이 1년간 돈을 묶어두기보다 다시금 이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시장은 활동 폭이 커졌다. 이달 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가 확산되며,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6일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하며, 역대 최대폭인 134포인트(5.66%) 급등했다가 하루 만에 전 거래일보다 58.41포인트(2.33%) 내린 2443.96로 상승 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증시 주변으로 대기자금이 몰린 가능성은 상당하다. 특히 국내 증시를 좌우하는 반도체 업종의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이 점쳐지며,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은행으로 흘러들어온 자금 자체가, 주식시장의 대체투자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다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면서도 “주요 은행들의 경우 올해도 꾸준히 정기예금 잔액을 늘려왔기 때문에, 다소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도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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