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에 산 집, 반값에 내놔도 안 팔린다"…속 터지는 집주인
한때 젊은 부동산 매수자들로 붐볐던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후 단지들의 가격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매수했던 금액의 절반 가격에 집을 내놓는 집주인까지 생겼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일부 기대감이 커졌지만, 거래 절벽 영향이 더 크다는 반응이다. 현장에선 급매물조차 나가지 않으면서 새해부터 매물 적체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5억원 이상에 거래됐던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5단지(전용 31㎡)는 지난달 4억4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4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현장에선 원한다면 더 낮은 가격에도 매물을 찾을 수 있다는 반응이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수하겠다는 의사만 있다면 더 낮은 가격에도 매물을 알아봐 줄 수 있다”며 “젊은 집주인 중 매수했던 가격의 반값이라도 대출 상환을 위해 내놓겠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 7호선 노원역과 맞붙은 단지는 노원구 내에서도 대표적인 재건축 기대주로 꼽힌다. 지난 부동산 급등기 당시 젊은 매수자들이 몰리며 이른바 ‘영끌 성지’로 불리기도 했다. 2021년엔 8월엔 전용 31㎡가 8억원에 거래되며 가격 상승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최근엔 4억원대까지 가격이 하락하며 대출 이자 갚기도 어렵다는 집주인이 상당수다.
사정은 상계동 내 다른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노후화해 재건축 기대감은 높지만, 가격 하락 폭은 최근 급격히 커졌다. 최근 3개월 새 상계주공 2단지는 10.5%, 12단지는 11.3%, 5단지는 10.3% 하락하는 등 두 자릿수 이상 내렸다. 2021년 5억6000만원에 거래됐던 상계주공2단지 전용 32㎡는 최근 3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14단지 전용 41㎡도 2021년 8월 6억3900만원에 거래되며 고점을 찍었지만, 최근엔 3억원 초반대 매물도 찾아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10 대책을 통해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재건축 규제 완화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상계동 상당수 노후 단지의 경우, 이미 안전진단 절차를 끝마치고 재건축을 본격화해 수혜 대상에서 비껴간다. 오히려 수년 전부터 재건축 기대감이 컸던 탓에 가격 하락 폭이 더 크다는 반응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노원구의 경우, 재건축 기대감 때문에 가격이 상승했던 곳”이라며 “지금은 당시 대출을 받았던 집주인들의 금융 부담과 거래 절벽이 겹치면서 재건축 호재와 상관없이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