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에 밉보여 공중분해…'국제그룹 후신' 눈총받는 이유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KPX 양준영 회장 개인회사 '씨케이엔터'로 승계작업
씨케이엔터, 양규모 의장 지분 14% 블록딜로 매입
터널링·옥상옥 꼼수 지적도…내부거래 매출 97% 넘어
이 기사는 07월 19일 09: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981년 등장한 국산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 위세는 상당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글로벌 업체와 맞설 만큼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스펙스를 운영하던 국제그룹은 1985년 돌연 공중분해 된다. 당시 고(故) 양정모 국제그룹 회장이 정치자금을 적게 냈다는 이유로 당시 전두환 정부에 밉보인 탓이다. 양정모 회장 동생인 양규모 KPX홀딩스 의장이 그룹의 명맥을 이어갔다. 국제그룹에서 분리된 진양화학을 토대로 KPX그룹을 세운 것이다.
국제그룹을 잇는 KPX그룹이 요즘 세간의 눈총을 받고 있다. 승계 과정에서 온갖 꼼수 카드를 꺼낸 탓이다. 오너일가가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로 승계 기반을 다지고 있다. 여기에 오너가 개인회사를 활용해 증여세를 회피하고 나섰다. 한 때 국세청 조사를 받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벌을 받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꼼수 승계를 이어가는 중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양규모 의장은 지난 16일 보유한 KPX홀딩스 주식 12만6741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씨케이엔터프라이즈(8만4494주)와 장남인 양준영 KPX홀딩스 회장(4만2247주)에게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73억원.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이번 매입으로 KPX홀딩스 지분을 25.47%에서 27.47%로, 양준영 회장은 10.4%에서 11.4%로 각각 늘렸다.
양 회장은 개인회사인 씨케이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양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부동산·수출업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앞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양규모 의장으로부터 KPX홀딩스 지분 14.18%(59만8854주)를 314억원에 매입했다.
양 의장이 보유지분을 양 회장 개인회사에 넘기는 형태로 승계 작업을 하는 셈이다. 덩달아 양 회장→씨케이엔터프라이즈→KPX홀딩스→KPX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됐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지분매입 재원을 계열사 내부 거래를 바탕으로 축적했다. 오너 일가가 비상장 개인회사로 그룹의 이익을 몰아주는 이른바 '터널링'에 나선 것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2015년 KPX그룹 계열사인 진양산업으로부터 스펀지 원료의 수출 영업권을 무상으로 양도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수출권의 가치는 36억원으로 추산됐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이 같은 영업권을 앞세워 KPX케미칼의 스펀지 원료를 받아 베트남 계열사로 수출해 이익을 남겼다. 그 덕분에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4억~2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공정위는 2021년 계열사로부터 부당 지원을 받은 혐의로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 과징금 2억73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씨케이엔터프라이즈는 최근까지 계열사 내부거래를 이어가면서 사세를 불렸다. 2021~2023년 계열사를 통해 261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총매출의 97%에 달했다. 계열사를 통해 매출을 올린 것은 물론 부동산 거래도 했다.
지난해 보유 부동산을 계열사인 진양물산에 198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자금을 바탕으로 KPX홀딩스 지분을 사들였다. KPX 오너 일가가 개인회사를 통해 터널링과 상속증여세 회피를 하는 등 꼼수 승계 방식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