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더 간다" vs "삼성전자가 역전"…여의도 '들썩' [최만수의 스톡네비게이션…
최태원 회장 미국 출장…고객사 확보 기대
"삼성,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통과 시간문제"
밸류에이션 격차 사상 최대로 벌어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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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탄 SK하이닉스의 강세냐, 글로벌 최강자 삼성전자의 반등이냐.”
최근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선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전망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강세에 거는 쪽에선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30만원 돌파도 시간문제”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쪽에선 “하반기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만 통과하면 한방에 흐름이 뒤집힐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주가 흐름만 보면 SK하이닉스의 압승이다. SK하이닉스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인데, 삼성전자는 4월 초 9만원 고지 탈환을 넘보다가 미끄러져 7만~8만원 사이를 횡보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0.9% 오른 22만5000원에 마감했다. 올해 상승률만 59%에 달한다. 시가총액은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150조원을 넘어선 뒤, 이날 163조8005억원까지 불어났다. 현대자동차그룹 12개 상장사 전체 시총 합산액을 뛰어넘어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의 우위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좀 더 우세하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의HBM3E(5세대 제품) 시장 침투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데다, SK가 사실상 글로벌 독점 체제를 유지하면서 세대 전환에 따른 판가 상승효과까지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HBM의 영업이익률은 4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SK하이닉스는 그 다음 6세대인 HBM4의 양산 시점을 내년으로 앞당겨 후발주자들과 기술 격차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SK하이닉스의 세계 HBM 시장점유율이 올해 39%에서 2026년 5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였던 2018년(20조8438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DS부문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21조410억원, 18조6820억원으로 제시했다. 몇년전까지만해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뛰어 넘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다. 사진=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다. 사진=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증권가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근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2일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등 AI·반도체 담당 경영진과 함께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최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새너제이를 찾아 현지 테크기업과의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새너제이에는 SK하이닉스 미주법인이 있으며 인근에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AMD, 인텔, TSMC 등도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현재 SK하이닉스의 HBM 공급처는 엔비디아가 유일한데 이번 최 회장의 출장을 계기로 AMD MS 등 AI산업에 뛰어든 다른 빅테크기업들까지 영업망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HBM 공급처 확대가 또 한번의 주가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경쟁자들을 누르는 ‘초(超)격차’로 글로벌 최강자 지위를 유지했지만 HBM 부문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지며 발목을 잡혔다.
삼성전자의 반등을 점치는 쪽에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5배로 SK하이닉스(2.91배)의 약 절반 수준이다. 차소윤 BNK자산운용 매니저는 “SK하이닉스의 상승세가 길어지면서 삼성전자와 밸류에이션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며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작은 호재에도 크게 반응할만큼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사진=한경DB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사진=한경DB
삼성전자가 이미 AMD와 인텔의 AI 반도체에 HBM을 납품하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의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HBM 품질 승인은 시간의 문제일 뿐 3분기 이후 공급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부터 범용 D램 가격 상승, 낸드 플래시 메모리 흑자 폭 확대 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주가는 12만원으로 제시했다.
HBM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고 D램은 물론 낸드 플래시 시장도 반등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정수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은 “반도체 업황 개선은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HBM은 이제 막 태동해서 급성장 중인 시장이라 양사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 모두 반도체 상승 싸이클의 초입에 있다는 분석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