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리급 직원 100억 횡령”...이젠 ‘금융판 중대재해법’으로 처벌
“제재보단 예방”…내부통제 변화 관건
내달 3일 시행…영국 등 선진국선 정착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횡령 등 금융사기 관련 연출 이미지. [사진 = 챗GPT]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횡령 등 금융사기 관련 연출 이미지. [사진 = 챗GPT]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거액의 횡령 사건을 계기로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에 전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우리은행 김해 한 지점에서 100억원가량의 고객 대출금이 횡령된 사실이 알려져 금융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대리급 직원이 올 초부터 최근까지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해 대출금을 빼돌린 뒤 그 돈을 해외 선물 등에 투자해온 것으로 전해지며 은행권의 부실한 내부통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 대통령령에 위임한 사항 등을 정하기 위한 ‘지배구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지배구조법은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사전적으로 기재해두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주요 업무별 최종책임자를 특정함으로써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해 내부통제에 대한 임원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됐다.
다음달 3일 책무구조도 시행에 앞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 의결을 통해 책무구조도에 포함돼야 할 책무, 책무 배분 범위,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 등 세부 내용의 윤곽이 잡혔다.
금융기관은 앞으로 임원 직책별로 책무와 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술한 문서(책무기술서), 임원의 직책별 책무를 도식화한 문서(책무체계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임원은 소관 업무에 대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해당 기준 마련의 적정성 및 효과적 집행·운영 여부를 점검하는 등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대표이사 등에게는 내부통제 기준 위반을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과 유사 위반사례 발생 가능성 점검 등 내부통제의 총괄 관리 의무가 부여된다.
금융위원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를 통해 향후 금융권의 근본적인 내부통제 행태 변화가 나타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운영위험은 재무적 위험과는 달리 정량화하기 어렵고 금융회사의 특성 및 사업부문 등에 따라 중점 관리해야 하는 위험 유형이 다를 수 있어 회사 자체적인 내부통제 노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제재보단 예방에 초점을 둬야한다고 강조한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재보다 예방에 더욱 방점을 두기 위해선 전사적 내부통제 비용을 가늠하고 이를 토대로 기관별로 갖춰야 할 내부통제의 합리적 수준을 판단해야한다”며 “감독당국은 위험요인 인식의 구체성에 대해선 통일적 기준을 적용하면서 내부통제 관리·이행의 실효성에 대해선 기관별로 차별화된 기준을 적용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책무구조도 본격화를 앞두고 해외 선진 사례에도 이목이 모아진다.
금융위기와 리보금리 사건 등을 거치면서 2016년부터 책무구조도를 도입한 영국은 도입 이후 효과, 개선점을 도출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일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책무구조 도입이 영국 금융권 전반적으로 내부통제에 대한 임원의 행동 및 책임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편 중소형 규모의 기업에 더욱 부담 가능성, 내부통제 위반 보고의 미이행 가능성, 명확한 증거 확보의 어려움, 조사당국의 자원 부족 등의 문제도 지적된 바 있다.
김민주 매경닷컴 기자(kim.minjoo@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