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75세도 404만원 벌어"…카카오 인증 붙은 '불법 리딩방'
투자자 스스로 주의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
사진(좌) A씨가 받은 카카오톡 알림톡. 상단부에 사업자/기관 정보가 확인된 채널이라는 글귀와 함께 인증 배지가 표시돼 있다. 사진(우) 해당 채널의 사업자 등록번호와 대표 이름, 주소 등이 기재돼 있다. /사진=독
사진(좌) A씨가 받은 카카오톡 알림톡. 상단부에 사업자/기관 정보가 확인된 채널이라는 글귀와 함께 인증 배지가 표시돼 있다. 사진(우) 해당 채널의 사업자 등록번호와 대표 이름, 주소 등이 기재돼 있다. /사진=독자제공.
"카카오톡 비즈니스 인증 계정에서 보낸 링크를 눌렀더니 리딩방으로 들어가더라고요. 주식 투자 관련 문자가 많으면 하루에도 십여 건이 날아오는데 인증 배지가 있는 계정에서 날아오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주식투자자 30대 A씨)
불법 주식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최근 카카오로부터 공식 비즈니스 인증을 받은 채널에서 불법 리딩방 링크가 전달되는 일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해당 계정은 이후 한 시간 가까이 방치되다 벌점 누적으로 인한 영구 차단 조치를 당했다. 불법 리딩방의 회원 모집 행위가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1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리딩방을 전달한 해당 채널은 다수의 사람에게 메신저를 전달할 수 있는 카카오톡 알림톡 기능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행정안전부가 코로나 국민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이용하는 등 카카오톡 알림톡은 공공기관, 금융사,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이용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바 있다. 지난해 5월 기준 알림톡 일일 발송량은 1억건을 넘어섰다.
해당 채널은 비즈니스 채널 인증마크와 사업자 정보가 확인된 채널이라는 메시지가 표시돼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을 한층 더 키웠다. 비즈니스 채널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자 등록증과 재직증명서 등을 카카오에 제출해야 할 뿐 아니라 별도의 심사도 거쳐야 해 까다롭다.
카카오는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널에 대해서는 "사업자 정보가 등록되지 않은 채널입니다. 금전 및 개인 정보 요구를 받을 경우 신고해 주세요"란 문구를 상단에 띄워 이용자에게 주의를 줬으나, 인증받은 채널이 리딩방 전달용으로 활용되는 경우엔 속수무책이었다.
해당 링크를 통해 리딩방으로 들어가자 정회원 방에서 리딩 강의를 들으라는 내용의 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왔다. 일부는 흐릿한 수익률 인증 사진을 올리며 바람을 잡기도 했다. 리딩방에 들어온 투자자가 해당 방이 사기임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회원 개인 간 소통을 할 경우 강제 퇴장 조처를 한다는 공지도 올라왔다.
리딩방 근절 힘들어…공조 수사 안 되는 곳에서 활동하기도
외국계 기관을 사칭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일당으로 추정되는 여러 이용자가 기관투자자 계좌를 이용해 IPO한 기업의 신주 물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투자자를 속이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외국계 기관을 사칭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일당으로 추정되는 여러 이용자가 기관투자자 계좌를 이용해 IPO한 기업의 신주 물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투자자를 속이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불법 리딩방으로 인한 투자 사기 피해가 확산되자 정부는 연초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실무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온라인상 불법 광고를 신속하게 차단하고, 관계기관 협조를 공고화해 불법 행위를 철저히 적발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찰청도 주식리딩방 사기 등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라고 지시했으나 현실적으로 리딩방을 근절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불법 리딩방 건을 수사 중인 한 경찰관은 "보이스피싱이 국제적으로 단속이 강화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단속망이 덜 촘촘한 주식 리딩방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국제 공조가 어려운 국가에서 일정 주기마다 조직을 폭파하는 수법을 사용하다 보니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온라인상에서 수십 수백퍼센트의 수익을 약속하며 접근하는 경우는 100% 사기라고 생각하고 투자자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 측 관계자는 "해당 채널은 정상적으로 심사받은 뒤 알림톡으로 어뷰징한 사례로 보인다"며 "비즈 채널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등을 진행해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