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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엔 "11만전자 간다"더니…반도체 다 오를 때 삼전은 '울상'

올해 들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주가가 강세다. 121%대 오른 엔비디아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마이크론, TSMC 등 주요 기업 주가가 지수 상승률을 훌쩍 웃돌며 급등했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주가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투자자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400원(0.52%) 오른 7만7600원에 마감했다. 이날 하락 출발한 주가는 기관 매수세로 오전 중 강세로 돌아섰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개인과 외인이 순매도세를 보이는 가운데 기관은 삼성전자를 247만9012주 순매수해 주가 하단을 받쳤다.

반도체 업황은 좋아졌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에는 장중 8만60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최고가를 기록, 기대감에 불을 붙였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앞다퉈 '10만전자', '11만전자'를 예고하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내리면서 지난 9일부터는 7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주가는 대체로 초강세다. 올해 들어 엔비디아는 121%대 올랐다. ARM홀딩스는 66%대, 마이크론은 57%대, TSMC는 45%대, SK하이닉스는 41%대, AMD는 20%대 오르며 대만 가권(22%대), 미국 나스닥(14%대), 코스피(1%대) 지수 상승률을 훌쩍 웃돌았다.

주요 반도체 기업 강세는 업황 회복과 호실적의 영향이다. 엔비디아, TSMC, SK하이닉스 등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에 대해 "큰 변화가 없다면 연내 계속 좋아지면서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기업 가운데 연초와 비교해 주가가 내린 것은 삼성전자와 인텔뿐이다. 삼성전자는 2%대, 인텔은 35%대 내렸다. 인텔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을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에서 적자가 확대됐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1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하고도 주가가 부진한 모습이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신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가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큰 폭의 주가 반전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봤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 HBM의 발열 및 전력 소비가 문제가 돼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납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HBM이 메모리 반도체의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이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HBM은 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AI 가속기나 관련 산업이 발달하는 만큼 시장 선점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라며 "그런 부분에서 삼성전자가 조금 뒤처지게 되다 보니 저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삼성전자에 대해 '10만전자'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삼성전자에 대해 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 22곳 가운데 19곳은 삼성전자에 대해 10만원 이상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최고가는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에서 제시한 12만원, 최저가는 하이투자증권에서 제시한 9만1000원이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가 11만원을 유지하며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영업이익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고 올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라며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확인하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다. HBM3 시장 진입 가능성도 높아 실적 개선 모멘텀도 높아졌다"라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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