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 두세달 전에는 알려주는데…” 정부 ‘공매도 엇박자’에 개미들 ‘부글부글’ [투자360]
이후 대통령실 재개입장 일축
“시스템 완비돼야…이복현 개인적 희망일 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게티이미지뱅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아니, 중국도 중요한 시장 결정은 두세달 전에는 알려줍니다. 이렇게 한국 금융당국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버릴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참 혼란스럽습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만난 한 외국계 투자사 임원은 최근 공매도 정책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두고 대통령실과 금융감독기구가 오락가락하자 정책 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고 지적받는 중국 정부에 빗대 문제를 꼬집은 것이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시사하며 시장이 들썩이자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관련 내용을 일축했다. 공매도 재개를 놓고도 엇갈린 발언이 나오면서 시장 혼란만 커지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공매도에 대해 정부는 일관된 입장”이라며 “불법 공매도 문제를 해소하고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 공매도는 재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투자설명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에 공매도 거래 일부를 재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는데, 곧바로 대통령실은 이 원장의 개인적인 희망이라 전면 부인한 것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내리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자금력을 가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활용한다. 주가 거품에 경고 신호를 주고, 특정 세력의 시세 조종을 억제하는 등의 순기능도 있지만 대다수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불법 무차입 공매도나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며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는 이런 주장을 반영해 작년 11월부터 국내 증시 모든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상태다.
당초 정부는 올해 상반기 말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시스템 개선에 무게를 두고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특정 시한을 두지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올해 초 민생토론회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와 관련해 “총선용으로 일시적인 금지 조치가 아니라, 확실한 부작용 차단 조치가 구축되지 않으면 재개할 뜻이 전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개 시점이 아직 불분명한 상황에서 나온 이 원장 발언을 놓고 시장의 혼란만 커지는 모습이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정부 방침이 있는데 왜 금감원장이 욕심 부리나”, “여기서 공매도 일부 해제하면 여태까지 금감원이 한 모든 조치는 개인투자자들을 기만한 행동이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등 성토가 쏟아졌다. 앞서 지난해 11월 공매도 금지를 발표할 때도 주말 사이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선거용 급조 대책이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다만, 공매도 전면 금지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매도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네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조건 중 하나다. MSCI 지수는 글로벌 펀드가 추종하는 가장 큰 규모의 벤치마크로 우리나라는 신흥국 지수에 포함돼 있다. 제도 개선과 함께 점진적으로 공매도 재개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 역시 많다. 이에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감시를 위한 중앙 차단 시스템(NSDS) 구축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유혜림 fo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