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들고 있는 개미들 어쩌나…‘이 종목’ 물량폭탄 주의보
2대주주 대규모 처분 가능성
배터리주 투자 심리도 악화
겹악재에 주가 일주일째 ‘뚝’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포항사업장 [사진 =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포항사업장 [사진 = 에코프로머티리얼즈]
2조원이 넘는 규모의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보호 예수 물량 해제일이 다가오면서 ‘오버행(대량 매각 대기 물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업종 전반의 실적 악화에 오버행 리스크까지 대두되는 등 악재가 겹치며 연말께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전체 상장주식 수의 32.59%를 차지하는 2248만2253주의 보호 예수가 오는 17일 해제된다.
지난해 11월 17일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기업공개(IPO) 당시 6개월 의무보유 조건이 달려있던 주식의 매각 제한이 임박한 상황이다. 특히 2대 주주인 벤처캐피털(VC) 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의무보유 해제 이후 대규모 물량을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규모 오버행 우려가 주가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BRV캐피탈매니지먼트는 2개의 운용 펀드를 통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지분 24.7%(1685만5263주)를 소유하고 있다. 펀드 결성 기간이 7년이 넘어가는 BRV캐피탈은 보호예수 해제 시점에 맞추어 블록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전지 종목의 투심이 악화한 상황에서 BRV캐피탈이 높은 할인율로 블록딜에 나서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주가는 크게 하락할 수 있다. 겹악재의 영향으로 이날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주가는 전날보다 2.13% 떨어지며 7거래일 연속 하락마감했다.
일각에서는 BRV캐피탈의 윤관 대표가 종합소득세 납부를 두고 국세청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어 회수 시점이 멀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 대표는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패소할 경우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대한 투자금 운용 성과 보수에 부과될 세금이 대폭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종가 기준으로 BRV캐피탈이 보유 물량을 전부 처분한다면 약 1조 7024억원의 회수 성과를 거둘 수 있어 성과보수가 수천억대에 이르게 된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내부수익률(IRR) 6~8%를 기준수익률로, 기준수익 초과 금액의 20%를 성과보수로 계산하면 성과 보수만 3000억원이 넘어갈 것”이라며 “상징 이후 락업(의무보유)이 풀리면 당연히 회수할 수 있지만 시점을 늦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실적 악화로 인해 2차전지 업종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2차전지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TOP10’ 지수 수익률은 이달 들어 -3.55%를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가 1.35% 상승한 것에 비해 저조한 수익률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영업이익 1573억원을 기록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전기차 보조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316억원 적자를 낸 셈이다. 에코프로비엠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4% 줄어든 67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전기차 수요 둔화, 배터리 가격 하락 등이 꼽힌다. 게다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IRA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력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임기 첫날 IRA 법안 및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폐지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시장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한 달 사이 4812억원에서 2975억원으로 3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26억원에서 4억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2분기부터 외형 중심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미국 대선 변수가 해소되는 4분기에 본격 섹터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jsk@mk.co.kr), 명지예 기자(bright@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