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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택스에 전용계산기까지…금투세 사전작업에 1400만 개미들은 ‘패닉’ [투자360]

국세청 홈텍스, 금투세 시행 예정 문구 등장
혼란스러운 1400만 개미투자자들
일각에선 금투세 ‘유예’ 관측도 제기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를 놓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자 시장 혼란만 커지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의 협조를 구하겠다며 금투세 폐지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여전히 야당과의 협상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에 국세청과 일부 증권사들이 일단 금투세를 염두한 플랫폼 정비에 나서면서 1400만 개미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유예'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시장에선 막판까지 충분한 논의 없이 정치적 세싸움으로 시행 여부가 판가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짙다.

▶尹 “금투세 폐지, 많은 국민들 간절히 바라”=윤석열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우리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하고, 1400만 개인 투자자에게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금투세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주식시장 ‘큰손’들이 세금을 피해 국내 시장을 떠나거나 주식을 대거 매도할 경우 주가가 하락해 개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또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금융투자 세금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아 금투세까지 얹히면 별로 남는 것이 없다”며 “앞으로도 (금투세 폐지를) 국회에 강력히 협력을 요청하고 특히 야당의 협조를 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금투세 폐지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원내 과반을 점한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 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세율은 20~25%다. 원래 작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주식시장 침체를 우려해 2025년으로 시행이 2년 유예된 상태다. 그간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로 이득을 보는 이들은 대부분 수퍼개미나 고소득층”이라며 예정대로 내년 금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與野 협상 여전히 미지수…내년 대비해야”=시장도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난감하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지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한 만큼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아서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일단 내년 시행 스케줄에 맞춰 인프라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한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금융투자소득 세액계산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신한투자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해당 사이트를 살펴보면, ETF·장내 국내주식 등이 포함된 1그룹과 해외주식·채권·파생상품 등이 해당되는 2그룹으로 구분해 올해 금융투자손익을 계산해보고, 손해금액을 차감해 금투세액을 미리 계산해볼 수 있게 했다. 회사 측은 "시행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제에 따라 제작한 것"이라며 "세액계산의 결과 값은 단순 참고용으로 세법개정 등에 의하여 변경될 수 있다"고 조건을 달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세청도 금투세 도입을 염두한 플랫폼 정비에 나섰다. 이달 들어 '홈텍스' 세금신고 항목란에는 "금융투자소득은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추가됐다. 재테크 커뮤니티에선 해당 화면 갈무리를 담은 게시글들이 올라오면서 "똘똘 뭉쳐서 폐지나 연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투세가 옳은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만 더 필요한 안건은 빨리 처리 안되는 것 같다" 등 반응이 잇따랐다. 이와 관련, 국세청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차근차근 준비하는 일정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연말 증시 상황·펀드런 우려에 결국엔 ‘유예’”=시장에선 금투세를 도입하면 펀드런(펀드 대량환매)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채권을 포함해 사모펀드, 파생상품 등 대부분의 자산군은 손익통산 250만원까지만 기본 공제된다. 기본공제액을 넘으면 22%(3억원 이상은 27.5%)의 세율로 금투세로 분리과세 된다. 문제는 배당소득세가 금융소득종합과세 합산 대상이 되면서 부과 세율이 최대 49.5%까지 크게 뛸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정부가 '밸류업' 정책 일환으로 배당 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사모펀드의 분배금은 종합과세 대상으로 남은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사모펀드는 대부분 세금에 예민한 고액 자산가들이 많이 가입한 만큼 '펀드런'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증시에서 돈을 빼고 미국 주식시장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강해지면 국내 증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일각에선 결국엔 금투세 과세 '유예' 가닥으로 정리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한다. 한 해 증시 결산을 앞둔 연말 당시 시장 상황과 여론을 눈치보다 '유예'로 절충점을 찾게 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야당이라도 연말가면 2026년 예정된 지방선거 표심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일단 '유예'를 택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줄곧 반대만 해왔던 야당에서도 달라진 기류가 감지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긴급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조세 정의와 국민들이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서 신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선 금투세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겠지만 특검 법안 등 여야 갈등이 첨예한 만큼 막판까지 충분한 논의 없이 정치적 세싸움으로 시행 여부가 판가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혜림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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