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억 빌려주고 18% 이자 챙긴 개인…알고보니 부동산 신탁사 대주주
시행사 상대로 고리대 장사
금품 받아 사적으로 쓰기도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대부업을 할 수 없는 개인이 사적으로 1900억원을 빌려주면서 금리를 18%나 챙긴 사례가 적발됐다. 부동산 신탁사의 대주주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하는 시행사로부터 돈을 받아챙긴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신탁사의 대주주·계열회사 등과 관련된 불법·불건전 행위에 대해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을 검사한 결과를 7일 발표했다.
부동산PF 위기설이 계속되는 가운데, 금감원은 PF대출의 고비용 구조에 부동산 신탁사가 끼어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던 중 대주주 및 임직원들의 사익추구 행위가 적발한 것이다. 부동산 신탁사는 브릿지론이 본 PF로 전환하는 시기에 개발사업의 수탁자로 참여해 개발 비용을 직접 조달하거나 제3자가 부담하는 개발비용의 관리업무를 담당한다.
한 신탁사 대주주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사정이 어려워진 시행사에 토지 매입자금 명목으로 20여회에 걸쳐 본인 자금으로 1900억원 상당을 빌려주면서 이자로 150억원이나 받아낸 사실도 드러났다. 이자율로는 연 18%에 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등록 대부업자가 반복적으로 고리대를 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시행사에 귀속되는 개발이익의 45%를 이자 명목으로 후취하는 조건으로 일부 자금 대여 건에 약정을 거는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고금리 이자를 받기도 했다. 대주주 뿐 아니라 회사 직원들이 본인 소유 개인 법인을 통해 시행사에 토지매입자금 등 명목으로 25억원 상당을 빌려주거나 대출 알선하고, 이자 명목으로 7억원 상당을 수취한 사례도 적발됐다. 일부는 약정이율이 100%인 경우도 있어 실 이자율이 연 37%에 육박하는 등 최고이자율 제한도 위반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탁사의 대주주 및 임직원들이 분양대행업체 등 용역업체 관련자로부터 금품 및 법인카드를 받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받아 챙긴 금품의 가액은 모두 45억원이나 됐다.
또 대주주의 자녀가 소유한 회사가 시행하는 부동산 개발사업의 미분양 물량을 축소하기 위해 회사와 계열사 임직원을 동원해 이들에게 45억원 상당의 금전을 대여하고 미분양 오피스텔 계약에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확인된 대주주 및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고, 수사당국에 위법 사실을 통보하는 등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다.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