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퀸즈백화점처럼…‘1조클럽’ 노리는 상장사 10곳
올해 1조 돌파 기대되는 상장사 10곳
하나마이크론·서진시스템·에스엠 등
눈물의 여왕 김지원, 김수현 스틸컷 [사진 = tvN ‘눈물의 여왕’]
눈물의 여왕 김지원, 김수현 스틸컷 [사진 = tvN ‘눈물의 여왕’]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막을 내린 ‘눈물의 여왕’이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듯 이 드라마 설정에 등장한 ‘매출 1조클럽’ 역시 투자자들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눈물의 여왕’에서 여주인공(김지원)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점에서 현실 상장사의 오너를 연상시켰다. 극 중에선 ‘퀸즈백화점’이 1조클럽 등극을 눈앞에 뒀다.
공교롭게도 올해 1조클럽이 예상되는 일부 상장사들로 최근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 등 ‘큰손’들의 돈이 몰리며 드라마틱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년 매출 7000억~9000억원대에서 올해 1조클럽이 예상돼 머니무브가 이뤄지고 있는 ‘제2의 퀸즈’로는 하나마이크론 서진시스템 에스엠이 꼽힌다.
증권가에선 ‘눈물의 여왕’에서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이 그룹을 물려받기 위해 자신이 대표로 있는 백화점을 매출 1조원 이상으로 올려놓으려 한다는 설정이 현실 세계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금융투자업계에서 실적의 기본이 되는 ‘매출 1조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기준은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진입하는 상징적 기준이다.
지난달 30일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올해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상장사 301곳을 분석했다. 2024년 매출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장사는 199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지난해 매출이 1조원에 미달했다가 올해 1조클럽이 예상되는 곳은 10곳으로 좁혀진다.
하나마이크론은 4월 한 달간 기관투자자의 순매수가 집중된 곳이다. 지난달 24일에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로 주가가 7% 급등하기도 했다. 이 코스닥 상장사의 최근 한 달 주가는 5%가량 조정받았지만 증권가에선 인공지능(AI) 호재가 살아 있는 한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외부 반도체 조립 테스트(OSAT) 업체로, 국내 1위이자 세계 11위 반도체 후공정 회사다. 수년간 반도체가 재고 문제로 제값을 못 받으면서 감산 체제를 유지하다가 최근 종합 반도체 회사들의 가동률 상승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사 업체인 하나마이크론의 몸값이 뛰고 있는 것이다.
하나마이크론의 주요 고객사가 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4월 한 달간의 주가 조정은 굵직한 국외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함께 주식 수가 늘어서다. 지난 3월 하나마이크론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으로 주식 수가 406만2321주 늘어 전체 5213만6475주가 됐다.
전환사채란 기업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가 정해진 기간 이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이 채권 발행은 주식 수가 늘어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하락해 단기 주가에는 악재다. 그러나 하나마이크론처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기업에는 장기적 호재로도 인식된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실제 하나마이크론은 AI 반도체 효율성을 높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여러 칩을 수평으로 연결하는 신개념 패키징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관계자는“신개념 패키징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데이터 학습과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 패키지)를 제작하는 데 핵심 기술”이라며 “하나마이크론이 AI 관련 호재가 나오면 함께 반등할 수 있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작년 96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하나마이크론은 올해 매출이 1조3739억원으로, 사상 첫 1조클럽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마이크론은 국내 반도체 투톱의 물량을 꾸준히 받아오며 2020년 매출 5395억원에서 매년 꾸준히 성장해왔다. 앞으로는 엔비디아 등 국외 반도체 기업의 물량까지 노리며 증권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률은 6%였고 올해는 11.6%로 수익성까지 뛸 전망이다.
기관은 하나마이크론에 대해 4월 한 달간 262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서진시스템은 최근 외국인이 주목하는 상장사다. 지난달 29일에는 기관과의 쌍끌이 매수로 주가가 하루 새 10% 뛰기도 했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 순매수 금액으로 124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코스닥에 상장한 서진시스템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와 배터리 부품, 통신, 반도체 장비 사업을 하는 회사다. 주요 생산 거점은 베트남으로, 지난 1~2월에 3건의 굵직한 ESS 장비 계약으로 주목받았다. 3건 모두 계약 규모가 400억원을 넘었다. 이런 계약으로 인해 서진시스템의 올해 매출이 1조200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만 해도 매출이 3000억원대였다.
4년 만에 매출 4배 상승에 도전 중인 서진시스템의 또 다른 신성장동력은 데이터센터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130조원을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공표하면서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인 서진시스템도 수혜주로 꼽힌다. 서진시스템은 올해 통신장비 사업 부문에서 데이터센터, 인공위성 부품과 안테나로 사업을 다각화하겠다고 밝혔다.
올 들어 이 상장사는 데이터센터 글로벌 1위 기업 ‘아리스타’와 8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기도 했다. 서진시스템 관계자는 “그동안 ESS 사업을 키웠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데이터센터 분야 매출을 늘릴 것”이라며 “작년에 다소 주춤했던 통신 사업 실적이 살아나며 전체 포트폴리오가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다양한 사업과 관련 투자를 진행하느라 수익성이 떨어지고 재무구조도 취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진시스템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8.1%에서 2023년 6.3%로 하락했다. 부채비율은 2022년 말 156.7%에서 작년 말 205.2%로 높아졌다. 2021년 주당 150원의 배당도 시행했다가 현금 흐름이 악화되면서 이후 배당을 중단됐다.
증권가 관계자는 “서진시스템은 전형적인 고위험·고수익 종목으로 최근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데이터센터와 ESS 사업 부문의 실적 상승을 확인하고 투자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sm엔터 사옥 [사진 = 연합뉴스]
sm엔터 사옥 [사진 = 연합뉴스]
에스엠의 경우 최근 눈에 띄는 머니무브가 포착되고 있다. 최근 한 달(4월 1~30일)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48억원, 121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쌍끌이 매수 중이다. 큰손들의 돈이 에스엠에 몰리고 있는 것과 달리 엔터업종 내 라이벌 하이브에선 큰손들의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과 기관은 하이브에 대해 각각 273억원, 1171억원어치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대조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은 하이브가 지배구조상 악재가 터져나온 데다 에스엠의 실적이 올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이브 사옥 [이승환 기자]
하이브 사옥 [이승환 기자]
하이브는 자회사 어도어의 최고경영자로 있는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를 노렸다며 내부 감사에 착수한 데 이어 대표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한 상태다. 큰손들이 지배구조 악재가 터진 국내 엔터업종 시가총액 1위 하이브 대신 다른 엔터주인 에스엠으로 옮겨 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1분기 실적보다는 2분기 이후가 더 좋다는 것도 향후 전망을 밝게 한다. 에스엠의 경우 2분기에 남성 아이돌 7인조 그룹 ‘NCT드림’이 전 세계 투어에 나서고 대표 여성그룹 ‘에스파’와 신인 그룹 ‘라이즈’가 컴백한다. 이들 덕분에 앨범 가격을 계속 올려도 팬덤이 꾸준하고, 아시아에 집중된 팬층이 실적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에스엠은 작년에 아쉽게 매출 1조원에 도달하지 못한 상장사 중 올해 1조클럽 진입이 예상되는 10곳 중 수익성이 가장 높다. 2023년 11.8%였던 에스엠 영업이익률은 올해 13.9%로 추정된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핵심 그룹인 에스파의 경우 아시아 팬덤이 견조하며 최근 앨범 가격이 20% 이상 인상돼 전작 음반 매출을 상회할 것”이라며 “3분기 데뷔 예정인 걸그룹도 동남아시아 팬덤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일호 기자(ttr15@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