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돌리는 공장, 풀가동중…한국엔 경쟁사 없죠" [인터뷰+]
무인 물류 이송 차량·로봇 생산
"국내 톱티어 업체에 납품…국내엔 경쟁사 없어"
"공모금으로 생산 능력 확충"
배성관 제닉스 대표. 제닉스는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제닉스
배성관 제닉스 대표. 제닉스는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제닉스
"가동률이 100%지만 수요를 못 따라고 있습니다. 입찰 경쟁에서 여러 차례 이겼고, 국내엔 경쟁사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배성관 제닉스 대표(사진)는 지난달 30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자동화 시장의 성장성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제닉스는 무인 운반차(AGV), 자율이동로봇(AMR)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AGV는 화물을 무인으로 자동 이송하는 전기 차량, AMR은 화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자동 이송하고 적재하는 로봇이다.
AGV와 AMR 모두 사람을 대신해 화물을 다룬다. 배 대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달러(약 2750만원)를 웃돌면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무인화·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다"며 "유럽에선 이미 무인지게차가 보편화돼있다"고 자동화 물류 시장의 성장성을 설명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2410달러다.
배 대표는 인터뷰 내내 업황과 성장성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납품 경험(레퍼런스) 측면에서 제닉스와 비교할 국내 경쟁사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국내 최고 수준의 반도체, 2차전지, 완성차 업체에 주력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특히 주요 반도체 장지 제조사가 사용하는 AMR 대부분은 제닉스가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닉스의 직원이 무인 운반(AGV)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제닉스의 직원이 무인 운반(AGV)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과거 배 대표는 일본 다이후쿠의 자회사 크린팩토메이션에서 연구소장으로 재직했다. 다이후쿠는 공장 자동화 솔루션 1위 업체로 꼽힌다. 당시 그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자동화를 연구했다. 그러던 중 국내 자동화 설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퇴사하고, 동료들과 2010년 제닉스를 세웠다.
배 대표는 제닉스가 흑자를 거두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작년 기준 제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32억원이다. 2022년(19억원)에 비해 70%가량 늘었다. 매출액은 613억원으로 18% 증가했다. 제닉스 측은 2년 만에 매출액이 2배 가까이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2021년 연간 매출액은 345억원이었다. 실적을 설명하며 그는 단순히 투자금만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장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테스트중인 제닉스의 자율이동로봇(AMR)./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테스트중인 제닉스의 자율이동로봇(AMR)./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성장세를 입증하듯 제닉스의 공장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외주업체를 포함해 이곳에서 일하는 인원은 300명에 달한다. 제닉스는 외부에서 부품을 조달해 충남 천안 공장에서 AGV, AMR, 스토커(Stocker) 등을 조립한다.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은 공구를 들고 제품을 만들고, 점검하고 있었다. AGV 하나를 만드는 데 통상 2~3주가량 소요된다.
AMR을 테스트하는 공정도 눈에 띄었다. 수백kg에 달하는 짐을 진 AMR은 정해진 경로를 바삐 오갔다. 회사 관계자는 바퀴의 내구성, 센서 정확도 등을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슬램 기술이 적용된 AMR도 있다. 이 AMR은 레이저로 자신의 위치를 감지한다. 또 장애물을 크기, 위치를 파악해 부딪히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한다.
제닉스 본사 바로 옆엔 협력사 2곳의 공장도 자리 잡고 있다. 서로를 걸어서 왕래할 수 있을 정도다. 배 대표는 "물류비를 절감하기 위해 부지를 찾는 협력사에 이곳을 추천했다"며 "관련 비용이 줄어 서로 '윈-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닉스는 AGV, AMR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공급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 개발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AGV, AMR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2차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어 사업성이 높다"며 "최대 200대까지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통합 관제 시스템도 기기와 함께 납품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닉스 직원이 스토커(Stocker)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제닉스 직원이 스토커(Stocker)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제닉스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배 대표는 "주요 반도체 업체의 미국 공장에도 무인화 기기를 납품할 예정"이라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인재를 확보하고 인프라에 투자할 필요가 있어 상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가동률은 100%"라며 "증설을 위한 추가 부지를 물색하는 중"이라고 했다. 현재 제닉스는 6개의 공장을 보유 중이다.
일각에선 제닉스가 특정 업체의 매출 비중이 높은 점을 리스크로 꼽는다. 작년 매출 613억원 중 384억원이 한 업체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배 대표는 "해당 업체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관련 매출이 늘어난 것"이라며 "매출 다각화를 위해 해외 디스플레이, 완성차 업체에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납품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제닉스는 약 200억원 규모의 프리IPO를 마쳤다. 프리IPO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AIM인베스트먼트가 KB증권, 키움캐피탈과 공동으로 참여했다. AIM인베스트먼트는 제닉스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제닉스는 지난달 22일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기업공개(IPO)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상장 주관사는 신영증권이다.
천안(충남)=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