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전자' '20만닉스'…초조한 개미들 "빚내서라도" 결국
'빚투' 자금 삼전·SK하이닉스로 몰려
예탁금도 연초 대비 7조 '껑충'
지난 5일 서울시 광진구의 한 삼성스토어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증시 주도주인 반도체주가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금액도 크게 늘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신용거래융자잔액은 19조5280억원으로 연초 대비 2조1000억원가량 늘었다. 코스피가 10조4318억원, 코스닥이 9조961억원이다. 신용거래융자잔액은 지난해 9월(19조7028억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매매한다는 뜻으로, 이 액수가 늘었다는 것은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빚투' 자금은 대부분 반도체로 흘러들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잔고는 5072억원으로 연초 대비 93.9% 급증했다. SK하이닉스도 2557억원으로 60% 늘었다. 이밖에 한미반도체, HPSP, 리노공업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주들의 신용잔고 비율이 급증했다. 미국 마이크론의 호실적에 지난 5일 삼성전자까지 1분기 '깜짝실적'을 내놓자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9.5%와 28% 올랐다. 각각 '10만전자'(삼성전자 주가 10만원)와 '20만닉스'(SK하이닉스 주가 20만원) 도달까지 16.2%와 10.3% 남았다.
반도체주를 제외하곤 NAVER(네이버), 두산로보틱스 등 향후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은 종목들의 신용잔고 비율이 늘었다.
투자자 예탁금도 늘고 있다. 예탁금은 주식을 매매하기 위한 대기성 자금이다. 전날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57조6476억원으로 연초 대비 6조9000억원가량 늘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잔고와 고객예탁금 모두 직전분기 대비, 전년동기 대비 유의미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업황 회복 및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