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4조 예상했는데 6조라니…"10만전자 꿈 아니다"
"반도체 공급 조절돼 판가 상승세 이어진다"
"HBM 인증 여부 주가에 큰 영향 미칠 것"
2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김범준 기자
삼성전자가 1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증권가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로 10만원 이상을 제시했다. 2분기에도 메모리 판가 상승세가 이어져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생산하는 고객사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1.25% 늘었다. 이는 증권가 예상치를 웃도는 수치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3조~4조원대로 추산했다.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2022년 4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의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세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낸드 ASP 상승으로 재고평가손실 충당금이 환입돼 영업이익률 개선 폭이 큰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사업 부문별 실적 추정치에 대해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MX 부문 영업이익은 갤럭시S24 시리즈 출시 효과로 전 분기 대비 증가했지만, 부품 원가가 올라 수익성은 저조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디스플레이(SDC) 영업이익은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출하량이 줄어 감소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분기에도 반도체 판가 상승에 힘입어 삼성전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며 가격이 오르고 있어 삼성전자 이익 개선폭은 하반기로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판가 인상 국면에서는 메모리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의 투자 매력이 부각된다"고 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세가 MX, 네트워크 부문의 실적 둔화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1조원, 8조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대만 지진의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투자 매력이 더 주목받을 것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대만 반도체 업체는 지난 3일 발생한 강진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는 지진 피해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1월 발표한 연간 실적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대만 지진, 양안 관계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공급망 다변화의 유일한 대안으로 부각될 전망"이라며 "대만에 위치한 생산 시설이 글로벌 파운드리 공급의 69%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대만 지진 영향으로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전망치가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HBM 인증 여부는 주가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송명섭 연구원은 "삼성전자 HBM 경쟁력은 작년 대비 크게 개선되고 있다. HBM3는 2분기 내 엔비디아에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며 "5세대 HBM인 HMB3E 12단 제품이 엔비디아 인증을 통과하면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더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증권가에선 호실적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 9만9000원을 제시한 하이투자증권을 제외하면 대부분 목표주가를 10만원 위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지난 5일 종가(8만4500원)에서 18.3% 상승하면 10만원에 도달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