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복에 다급해진 미국…시장에 불지른 매파 [글로벌마켓 A/S]
현지시간 4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4.28포인트, 1.23% 내린 5,147.21, 나스닥 역시 228.38포인트, 1.4% 하락해 1만 6,049.08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무려 530.16포인트, 1.35% 밀린 3만 8,596.98로 지난해 5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금리인하 기대로 오르던 금값도 이날은 0.2% 하락해 온스당 2,310.3달러로 밀렸다.
이날 시장의 하락 요인은 크게 국제유가 급등, 이란과 이스라엘간 지정학 위기 고조, 하루 뒤로 예정된 고용보소서로 좁혀진다. 이 가운데 국제유가는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 1.52% 상승해 배럴당 86.73달러, 브렌트유는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1.77% 뛴 배럴당 90.93달러까지 치솟았다. 5개월 만에 최고가를 쓴 국제유가는올해 들어 상승폭이 18%에 달한다. 이로 인해 미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도 갤런 당 3.567달러로 뛰면서 인플레이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 결단 나선 바이든…이스라엘-이란 갈등 고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를 위한 새로운 조치가 없다면 미국의 입장이 바뀔 것임을 경고했다. 월드 센트럴 키친 등 민간 구호단체 7명이 숨진 여파로 미국 내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은 네타냐후와의 통화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가자 지구 내 인도주의적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즉각적인 휴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스라엘 측이 하마스와의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협상을 통해 합의를 도출할 것을 촉구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양국 정상간 통화 내용을 공개한 자리에서 미국이 조만간 이스라엘에 대해 몇 가지 사항을 발표할 것을 시사했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기대하는 변화를 보지 못한다면, 정책 변경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이란의 공습이 임박함에 따라 휴가 중인 군사를 재소집하는 명령을 내리는 한편, 방공 부대에 대한 증원과 예비군 소집에 들어갔다. 텔아비브 내에서는 유도 무기 공습을 막기 위해 GPS 차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내 이란 대사관을 공습해 헤즈볼라 등을 지원한 혁명수비대 사령관 등 13명을 사살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해당 공습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는 등 양국간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란은 지난 2020년 1월 군부 실세를 제거한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주둔 기지에 탄도미사일 12발을 발사하는 등 응징에 나선 전례가 있다.
● 호재 사라진 시장에 불지른 '연준 매파'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짙어진 시장은 이날 주요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공개된 뒤 빠르게 낙폭을 키웠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는 링크드인이 주최한 컨퍼런스 발언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계속 하락하는 경우 올해 두 차례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지금처럼 계속 횡보를 이어간다면 금리인하가 필요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는 말로 시장을 자극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투표권은 갖고 있지 않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준 총재도 지역 건설협회 주최 강연에서 "아무도 인플레이션이 재현되는 걸 원하지 않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인하에) 시간을 갖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킨 총재는 "강력한 노동시장을 고려할 때 금리인하에 앞서 모호함을 걷어낼 시간 여유가 있다"며 더 느린 속도의 통화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준 내에서 통상 비둘기파로 분류되던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도 이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고 주장했고, 오스탄 굴스비 총재는 금리인하에 우호적인 입장을 내면서도 "주택 가격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우려했다.
● 12월부터 내리 충격준 고용보고서…20만건 상회 전망
미국 노동부가 집계한 3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현지시간 5일 오전 8시 30분 공개된다. 앞서 이번주 공개한 일자리 관련 지표는 모두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확인시켜줬다. 이날 나온 주간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1만 2천 건으로 다우존스 등이 집계한 월가 예상치 21만 3천건보다 적었다. 9주 만에 가장 높은 집계 기록이 나왔지만, 20만 건 수준의 강한 고용 여건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계절 조정에도 오차가 큰 연속 실업수당청구건수는 179만 건으로 직전 기록보다 1만 9천건 줄었다.
다우존스 등이 집계한 3월 비농업 일자리는 21만 2천 건으로 지난 2월 집계보다 6만 3천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정부 고용을 뺀 민간 지표인 ADP 비농업 일자리는 18만 4천 건으로 시장 전망 14만 8천 건을 웃돌았고, 이 가운데 서비스업 일자리가 14만 2천 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가 예상하는 3월 실업률은 2월의 3.9%와 동일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계절 조정을 반영한 비농업 일자리는 지난해 11월 18만 2천건에서 12월 29만 건으로 폭증해 시장 조정의 빌미가 됐다. 이어 1월 집계에서도 22만 9천건, 2월 27만 5천건으로 고용시장 강세가 이어졌다.
이날 일자리 수와 함께 공개되는 시간당 임금의 월별 증가폭은 0.1%, 전년대비 4.1%가 시장의 예상치다. 인플레이션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시간당임금은 지난 1월 0.5%를 정점으로 2월에는 0.1%로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다. 22V리서치의 창립자이자 수석 전략가인 데니스 드부셰어는 이번 고용보고서에서 "시간당 평균 임금이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22V 리서치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 조차도 위험 감당 수준을 두고 명확한 컨세센서스를 형성하지 못하는 불확실한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 오후 급락장에도 버틴 메타…엇갈린 리바이스·룰루레몬
기술주를 중심으로 오후들어 급격한 시장 하락이 이어졌지만 메타는 장중 주당 530달러 사상 최고가를 썼고, 종가 기준 0.8% 올라 나흘 연속 상승세를 지켰다. 제프리스는 메타의 실적 기대를 이유로 목표가를 주당 585달러로 재차 상향했다. 1분기 전기차 인도량 감소로 급락했던 테슬라도 1.62% 뛰며 이틀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캐시우드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가 5년 내 2천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며 매수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인도 차량 수출 확대 기대 등이 주가를 밀어올렸다.
재닛 옐런 장관이 이날 중국 방문 길에 오른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산업 등에 대한 보호 조치 기대로 인해 태양광주가 일제히 올랐다. 엔페이즈는 오후들어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음에도 1.8%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의류 브랜드인 리바이스는 자체 유통 채널을 통해 지난 4분기 매출 15억 6천만 달러, 주당순이익 26센트로 시장 기대를 웃돌아 하루만에 12.38% 급등했다. 리바이스는 연간 매출은 1~2% 늘고, 주당순익은 1.17달러에서 1.27달러로 기존 예상보다 증가한다고 밝혀 주가 상승폭을 키웠다. 한편 리바이스의 소비 데이터 가운데 몸매를 감추고 군더더기 없는 라인으로 이뤄진 루즈핏 청바지 구매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타이즈·레깅스를 주력으로 하는 룰루레몬 주가가 4.4% 하락했다.
미국의 냉장식품 전문 업체인 콘아그라브랜드는 호실적이 5.4% 뛰었다. 로이터를 통해 알파벳의 인수검토 소식이 전해진 고객관계관리 업체 허브스팟은 4.97% 상승했고, 관련 시장 최대 기업인 세일즈포스는 경쟁 심화 우려와 시장 전반적인 매도 압력에 3.48% 내렸다.
김종학 기자 jh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