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가고 '금·반·차'의 시간"…외국인 '픽'에 주도주 바뀌었다
엔비디아發 AI 열풍·밸류업 프로그램에 주가도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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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증시에 2차전지가 지고, '금·반·차'(금융·반도체·자동차)의 시간이 왔다. 외국인 투자자가 '바이 코리아'에 나서면서 주도주가 달라졌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등이 만들어낸 결과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13조 4684억 원을 사들였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6조 2003억 원, 7조 6728억 원을 매도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외국인 투자자의 러브콜은 삼성전자(005930)에 집중됐다. 순매수 금액만 3조 8929억 원에 달한다. 이어 현대차(005380)(2조 1711억 원)와 SK하이닉스(000660)(1조 4657억 원), 삼성전자우(005935)(1조 61억 원), 삼성물산(028260)(1조 59억 원), KB금융(105560)(6067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5219억 원), 기아(000270)(3801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3608억 원), 삼성생명보험(032830)(3380억 원), 우리금융지주(316140)(3349억 원) 등을 대거 샀다. 순매수 10개 종목에서 우선주를 빼면 7개 종목이 반도체와 금융, 자동차 업종이다.
이달에도 역시 삼성전자(1조 3611억 원)와 현대차(5433억 원), SK하이닉스(5155억 원), 삼성전자우(3977억 원), KB금융(2466억 원) 매수에 집중했다.
큰손인 외국인 투자자 '픽'은 시장 주도주까지 바꿔놨다. 지난해 2차 전지가 강세였다면 올해는 금융·반도체·자동차가 주도주로 떠올랐다.
실제 코스피 지수가 올해 들어 3.54% 오르는 동안 KRX반도체 지수는 9.11% 상승했다. 삼성전자 상승 폭은 0.51%로 주춤했지만, SK하이닉스가 20% 오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반도체 부품주인 한미반도체(042700)는 52.03%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KRX은행과 KRX300 금융 지수는 각각 26.37%, 25.99% 오르며 저성장주라는 오명을 씻어냈다. 하나금융지주(086790)(47.47%), 메리츠금융지주(138040)(42.47%), 삼성생명(41.68%), 동양생명보험(082640)(39.96%), KB금융(38.45%), 중소기업은행(024110)(28.84%) 등이 대표적이다.
KRX 자동차 지수 역시 8.69% 올랐다. 현대차(19.66%)와 기아(12.90%), 현대모비스(012330)(10.55%) 등이 10% 넘게 오르며 저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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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은 AI 열풍 속 호재를 누릴 수 있는 종목과 밸류업프로그램의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까지 부진을 거듭했지만, 엔비디아발(發)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수급난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2024년 세계 반도체시장 규모가 전년대비 13.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 44.8%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주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성장성은 낮지만,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환원을 확대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자동차주는 수출이 활기를 띠고, 마찬가지로 보유 현금의 주주환원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금반차의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황 개선과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어서다.
반도체의 경우, HBM 공급부족(쇼티지)이 나타나고 있고, 금융주는 주주환원 기대감을 유지 중이다. 자동차는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환경기준을 완화하고,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것이 강점이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D램 공급사들의 재고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HBM전환에 따른 2024년 D램 업황 개선이 예상된다"며 메모리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고, 은행주는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며 "향후 정책 구체화에 발맞춰 주주친화정책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3사는 밸류에이션 리라이팅 조건을 갖추어 간다"며 "사상 최대 실적, 주주 환원 정책 강화, 인도 법인 기업공개(IPO)를 시작으로 자본 효율성 제고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신건웅 기자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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